남녀 섹시코드 왜 이렇게 다를까, 전문가에게 들어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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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TV 음악 프로그램에 나온 ‘꿀벅지’ 유이와 ‘복근’ 가희를 보면 내 가슴이 다 떨린다. 한데 남편은 보는 둥 마는 둥. 채널을 돌리니 신세경이다. 남편은 별안간 보고 또 본 시트콤에 얼굴을 파묻는다. 걸그룹 신상 핫팬츠보다 낡아빠진 티셔츠가 더 섹시하다니 도무지 무슨 조홧속인지. 남녀의 섹시코드는 왜 이렇게 다른지 남녀 정신과 의사 두 사람에게 물었다. 하지현(건국대 신경정신과) 교수와 김혜남(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이 대답을 해줬다.

이진주 기자

남자는 ‘꾸준한 관계의 가능성’ 염두

여성의 섹시 컨셉트 화보에 빠지지 않는 게 있다. 표피·호피·뱀피의 ‘동물 껍질 3종 세트’와 ‘쥐 잡아먹은 듯’ 빨간 입술이다. 마돈나도 이효리도 이런 컨셉트의 유혹을 피해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 섹시 아이템은 유독 여성에게만 강하다. 남성들은 무덤덤하거나 심지어 질색한다.

하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들은 대체로 ‘섹시한 여성’의 범주에 ‘내가 저 여자와 꾸준히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하는 기대까지 포함시킨다. 즉각적인 신체적 반응을 일으키는 여성이라도 ‘관계의 지속성’에 의심이 든다면 ‘섹시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마돈나나 이효리 같은 노골적인 ‘섹시 아이콘’보다 신세경 같은 ‘청순 글래머’를 선호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아마조네스’ 여성들은 어지간한 남성이 만나기조차 어렵거니와 사귀더라도 감당하기 힘들다. 한편 긴 생머리에 청순한 그녀를 섹시하게 보는 데에는 ‘종족 유지’라는 목적이 개입해 있다. 결국 ‘아마조네스’ 여성들의 남성을 압도하는 성적 카리스마는 오히려 같은 여성들에게 어필한다는 것이다.

여자는 양육 능력이 섹시함 가늠의 잣대

여성들은 웃통을 벗고 몸매를 자랑하는 남성에게선 안정적인 관계 유지라는 측면에서 지속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자기 몸을 지나치게 가꾸는 남성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충실함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트렌디한 ‘초콜릿 복근’에 생각보다 덜 휘둘리는 것이다. 대중매체는 새로운 것을 소비하는 속성 때문에 신체의 부분 부분을 해부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이성의 섹시함을 총체적으로 판단한다.

또 몸을 앞세우는 남성은 마초일 거라는 여성들의 거부감도 한몫한다. 김 원장은 “남성이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최근의 경향에는, 사회적 지위가 높아진 여성들에게 선택받으려는 의도 외에도 동물적인 힘을 과시하려는 마초의 습성도 배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남성들이 오히려 이런 ‘짐승남’을 매력적으로 인식하고 그를 본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일련의 뇌활동은 진화심리학적인 영향이 크다”며 “요즘 여성들이 정장 수트를 갖춰입은 남성에게 섹시함을 느끼는 건, 남성에게서 성실함을 읽어낼 표지가 달리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대 이상 남녀 직장인에게 물어보니
여성이 좋아하는 호피무늬옷, 남성은 ‘질색’ 아이템 1위 꼽아

남녀 스타일리스트의 섹시 코드는 일반인들도 찬성할까. 취업포털 ‘커리어’에 의뢰해 직장인 86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봤다(20대 이상 남 445명, 여 417명).
결과는 스타일리스트들의 선택과 비슷했다. 남자들이 꼽은 여자의 섹시 스타일은 절반 이상이 몸매를 살리는 슬림핏이라고 답했고, 속이 비치는 시스루룩(25.4%)을 두 배 이상 차로 눌렀다. 또 가장 섹시해 보이는 여성 패션 아이템으로 절반 이상이 미니스커트·핫팬츠를 꼽았고, 여성들이 가장 좋아한 호피무늬옷(2%)·그물스타킹(11.7%)을 꼽은 이들은 적었다. 특히 호피무늬옷은 남자들이 가장 꺼려하는 아이템 1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뷰티 케어 역시 긴 생머리를 가장 섹시하다고 느끼는 응답자가 절반(47.2%) 정도였다. 빨간 입술(20.9%), 매니큐어(4.7%)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들이 섹시하게 느끼는 남자의 옷차림으로는 ‘양복과 셔츠’였다. 무려 10명 중 8명이 이런 차림을 지지했다. 섹시한 남성 패션 아이템도 ‘잘 다려진 셔츠’라는 답이 비슷한 비율(72.9%)로 나왔다. 쫄티(14.6)나 찢어진 청바지(7.7%)라고 답한 이들은 소수였다. 오히려 노출이 과한 옷을 ‘꼴불견 남자패션’으로 꼽는 이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또 섹시해 보이는 남자 노출 부위에 대해선 트렌드인 ‘초콜릿 복근(20.1%)’ 대신 ‘탄탄한 가슴(36.9%)’을 꼽는 여자가 많았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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