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잘못돼” 손학규 “벽 실감” 정동영 “잘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정세균·손학규 흐림, 정동영 맑음’.

새 지도부를 뽑는 10·3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이 6일 당무회의에서 게임의 규칙을 확정했다. 그 결과 ‘빅3’ 당권 주자별로 주고받은 득실에 대한 당 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규칙의 핵심은 ▶순수 집단지도체제 ▶대선 1년 전 당권(공천권)·대권 분리 ▶당원 여론조사 30% 반영 등 세 가지다.

민주당 전당대회 규칙을 확정하기 위한 당무위 회의가 6일 오전 열렸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오른쪽)이 박지원 비대위 대표(왼쪽)에게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조 의원의 요구를 묵살한 채 서둘러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안성식 기자]

게임 규칙을 정한 전대준비위는 25명으로 구성됐다. 문희상 위원장을 제외하고 정 전 대표 측 8명, 비주류(정 고문 측) 8명, 중립 8명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비주류의 안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고 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손 고문 측은 처음부터 세가 약했다. 비주류 인사들의 요구는 집단적이고 조직적이었고, 정 전 대표 측은 집요함이 떨어졌다”며 “이런 분위기가 규칙 결정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새 규칙으로 ‘빅3’ 중 손실이 큰 주자는 정 전 대표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표와 최고위원을 각각 분리해 선거를 치르는 대신, 한꺼번에 선거를 치러 1위가 대표가 되는 순수 집단지도체제가 채택되면서 486 세력과의 연대가 곤란해졌기 때문이다. 정 전 대표와 가까운 최재성·백원우 의원 등이 모두 전당대회에 나설 경우 ‘우군’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어서다. 조직에서 앞선다는 평을 받는 정 전 대표는 지역위원장의 입김이 미치기 어려운 당원 여론조사도 탐탁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경기도 수원·화성 지역을 돌며 당원 간담회를 한 정 전 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규칙이) 잘못된 점이 많다”며 “하지만 룰을 놓고 이해관계를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손 고문도 재미를 못 봤다는 게 중론이다. ‘당권·대권 통합’ ‘국민여론조사 도입’ 등을 주장했으나 반영이 안 됐다. 준비위 표결 과정에서 지도체제와 당권·대권 문제를 놓고 정 고문 측과 연대를 시도했으나 당권·대권 통합은 관철시키지 못한 채 지도체제만 양보해야 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그에게 그나마 위안거리는 당원 여론조사 30% 반영이다. 손 고문은 이날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여의도 복귀 후 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여의도 정치의 벽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정 고문은 손 고문 측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순수 집단지도체제를 관철했다. 당권·대권 분리도 당초 입장을 지켜냈다. 당내에선 경선 규칙 결정의 최대 수혜자가 정 고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같은 비주류인 박주선 전 최고위원, 천정배 의원도 순수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해왔다. 이날 경남 창원·김해·양산·진주 등에서 당원 간담회를 한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비주류(쇄신연대)의 주장이 많이 반영됐다”며 “잘됐다”고 만족을 표했다.

글=신용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