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영어·수학 편중’ 심해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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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학교 상당수가 내년부터 도덕, 기술·가정, 한자 수업시간은 줄이는 대신 영어와 수학시간을 늘리는 계획을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학교들은 지난해 말 개정된 ‘2009 개정 교육과정’(미래형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시간의 20%까지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영어, 수학 등 특정과목의 편중 현상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교과부는 6일 전국 3144개 중학교가 6월에 제출한 2011학년도 교육과정 시안 편성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중학교의 69.9%가 영어 수업을 현재보다 늘리겠다고 했다. 최대 20%까지 수업을 늘릴 경우, 중학생이 3년간 들어야 할 기본적인 영어 수업(340시간)에 68시간이 더 추가된다. 수학 수업을 현재(374시간)보다 늘리겠다는 학교도 56.8%에 이르렀다.

반면 입시에 별 영향이 없는 과목들은 수업시간을 줄이겠다는 경우가 많았다. 전체 중학교의 38.7%가 기술·가정 수업기간을, 29.8%는 도덕 수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한문, 정보, 환경 등 선택과목의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학교도 58.7%나 됐다. 한 학교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를 교육과정에 반영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이대로라면 특정과목 쏠림 현상으로 교육현장이 황폐화될 것”이라며 “현재 논의 중인 수능 개편안도 영·수 위주로 되어 있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졸속 복사판”이라고 비판했다.

교과부 김숙정 교육과정기획과장은 “대부분 학교에서 영어·수학 위주로 운영되던 기존의 재량활동 시간을 정규 교육과정에 반영한 것이라 현재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시·도별 교육과정 컨설팅단을 통해 중학교들이 특정과목에 편중되지 않도록 지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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