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시 지원 이것만은 꼭!…자기소개서 점검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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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부터 주요 대학의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이제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가 큰 축을 이루는 제출 서류를 꼼꼼하게 점검해 마무리할 시기다. 특히 올해 대학측에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는 대학교육협의회가 권고한 공통지원 양식과 대학별 추가질문이 함께 사용된다. 이 때문에 답변을 작성할 때 지원자의 독창성과 차별화가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실제 수험생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들을 전문가가 분석했다.

 #1. 일반고 3학년 K양은 올해 수시전형으로 이화여대 미래과학자 전형에 지원할 예정이다. 학교측이 제시한 질문에 맞춰 자기소개서도 정성껏 작성했다. 하지만 K양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한 이투스청솔 남형주 팀장은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질문의 의도와 빗나간 답변이 많다”고 지적했다. 성장과정과 가족환경을 묻는 1번 질문에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러 과학대회에 참가하고, 과학교사의 꿈을 키우며 성장했다는 식의 지원 동기를 포함한 것부터 문제였다. 남 팀장은 “1번 질문의 의도는 학생의 성격적 특성과 성숙도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약점이나 가족문제 중 하나를 테마로 잡아 초·중·고교를 거치면서 그 문제를 어떤 식으로 극복했는지 적어보라”고 권했다. 지원동기는 2번 질문의 답변으로 이동시키고, ‘어린시절’과의 연계성을 삭제했다. 대신 특정 과학자를 롤모델로 삼게 된 계기와 감동받았던 과학도서의 제목을 글 앞쪽에 배치해 구체적 사건 위주로 지원동기를 수정했다.

 #2. 성균관대 학교생활 우수자전형으로 올해 수시전형에 응시할 예정인 일반고 S양은 입학 뒤 학업·진로계획을 묻는 3번 답변을 최근 다시 작성했다. 선교활동을 경험하고 유학을 떠나고 싶다는 내용이 희망하는 전공과 별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서다. 경기고 이만석 교사는 “목적이 불분명한 유학·봉사 계획은 학업계획이라기보다 생활계획에 가깝다”며 “지원하는 학과의 특성과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졸업한 선배들이 사회의 어느 분야로 진출하는지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학업계획을 기술하라”고 조언했다. 미리 대학 홈페이지의 정보를 참고해 전공과 관련된 세부 교육과정 중 어느 분야에서 무슨 주제로 공부하겠다는 구체적인 포부를 밝히는 것도 효과적이다. 교내외 활동경력을 요구하는 4번 질문에 단순히 여러 대회에 참가한 사실만 나열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남 팀장은 “전공과 관련된 대회실적을 우선으로 기재하고 참여동기와 참가 후 얻은 점을 함께 적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학생부 내용 꼼꼼하게 분석

 자기소개서는 글을 통한 간접적인 면접이다. 이 교사는 “자기소개서는 비교과 영역의 구체적인 내용과 가치 등을 가시화시켜 표현하는 도구”라며 “비슷한 스펙을 가진 수험생일지라도 ‘어떤 내용’을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따라 합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실력을 부각시킬 수 있는 수치화된 시험성적이나 대회 수상실적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없지만, 자기소개서에는 자유롭게 명시할 수 있다. 남 팀장은 “올해 대학측은 대교협의 공통지원양식 외에 추가질문을 통해 대부분 비교과 실적의 증명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때 관련 실적을 참고자료(포트폴리오)로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국사학과를 지원하면서 한국사능력인증시험을 치른 성과를 소개하거나, 고3 1년간 모의고사에서 항상 국사 1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식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자격증과 모의고사 성적표는 포트폴리오로 제출할 수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을 자기소개서 내에서 조목조목 분석하는 작업은 필수다. 각종 수상 경험과 CA(동아리 활동), 봉사활동이나 체험 학습 과정에서 활용한 능력을 자신이 지원하는 학부(학과)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관련시켜 작성한다. 이때 대학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을 중심으로 작성한다. 대학 총장의 인터뷰나 대학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을 파악해 적절한 문구를 인용하면서 서술한다. 준비된 인재이면서 소양까지 갖췄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대회 수상실적 포트폴리오로 첨부 가능해

 자기소개서와 함께 제출하는 포트폴리오는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에 기록된 내용에 대한 근거자료다. 학교생활 기록부 및 자기소개서에 기술한 내용을 설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관련 자료를 모아 항목을 만든다. 자신이 지원하는 학부나 학과의 특성에 맞춰 자신이 준비한 포트폴리오를 묶는다. 주제별·영역별·관심사별로 분류한 뒤 학과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각각 표시한다. 이 교사는 “특정 교과의 성적이 점점 향상됐거나, 지속적으로 높은 학업 성취를 보인 시간적 흐름을 표현하는 것도 좋다”며 “선생님이나 친구, 동아리 회원 등의 평가서 등을 첨부하는 것도 좋은 아이템이 된다”고 조언했다. 입학사정관이 한눈에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별 제목이나 안내사항을 적어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 교사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뚫고 합격한 선배들의 포트폴리오 형식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며 “누군가의 손을 거쳐 조작됐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화려한 치장보다는 투박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포트폴리오를 만들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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