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디자인이 매출 효자… IT 업체 지극한 정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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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정보기술(IT) 제품도 불황을 탄다. 한때 불티나게 팔렸던 디지털 카메라와 MP3 플레이어 등도 매출이 뚝 떨어졌다.

IT 기업들은 불황 탈출구를 디자인에서 찾고 있다. '디자인만이 살 길'이라는 표어가 업체 사무실 곳곳에 붙어 있을 정도다. IT 업체들이 특히 획기적인 디자인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분야는 디지털 카메라.MP3 플레이어.카메라폰. 이들 제품의 주요 고객은 디자인에 까다로운 젊은 층이다.

올림푸스한국 최기영 마케팅부장은 "불황기에는 디자인 파워가 매출을 좌우한다"며 "요즘 IT 업체들이 디자인에 쏟아 붓고 있는 정성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획기적인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림푸스한국은 최근 400만화소급 디지털 카메라 IR-500을 출시했다. 올림푸스한국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2.5인치의 넓은 LCD 창을 채택했고, LCD 창이 360도로 회전된다.

올림푸스한국은 젊은 여성들이 핸드백에 넣었을 때 어울리도록 화장품 케이스 모양을 채택했다. 또 LCD 창이 360도 회전되도록 한 것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셀프(자기 자신) 촬영을 위한 것이다. 이들은 자기 자신을 찍어 인터넷 미니 홈페이지(블로그)에 올리는 데 열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출시한 LCD 모니터의 뒷면을 가느다란 허리처럼 잘록하게 들어가게 디자인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딱딱한 직선 형태에서 탈피해 곡선의 아름다움을 융합시켰다"고 말했다.

모니터가 더 이상 컴퓨터의 부속물이 아니라 독자적인 가구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개념을 갖고 만든 제품이다.

이 모니터는 흑백의 깔끔한 조화와 크롬 도금의 둥근 스탠드형 구조가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느 IT 제품보다 디자인 전쟁이 더 치열한 곳은 MP3 플레이어.

애플코리아가 출시한 MP3 플레이어 '아이팟 미니'는 애플 특유의 깜찍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하드디스크를 장착하고도 손 안에 쏙 들어온다. 목에 걸면 힙합 패션에 잘 어울려 젊은이들이 좋아한다. 패션까지 감안된 제품인 셈이다. 색깔은 그린부터 핑크까지 다양하다. LG전자는 'MP3를 패션 소품으로'라는 개념을 갖고 만든 'MF-FE500'을 최근 출시했다. 목에 걸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들었다. 알루미늄 소재의 고급스러운 외관에 바이올렛, 레드 바이올렛 등 요즘 유행하는 색깔을 입혔다. LG전자 AV사업부장 박경수 부사장은 "주요 고객이 10~20대의 젊은층인 만큼 최신 유행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팬택앤큐리텔은 후발 주자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파격적인 디자인을 자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출시한 문자음성인식(TTS) 기능을 탑재한 '말하는 목걸이 폰'도 딱정벌레를 연상시키는 앙증맞은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휴대전화기 대부분이 직사각형 모양에 가로보기 창을 채택하는 것과 달리 정사각형으로 디자인했다.

휴대전화의 기능이 다양해지면서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와 달리 모토로라코리아는 지난해 말 슬라이드 MP3폰 '미니 모토'를 출시했다. MP3 플레이어 모양을 표방하면서 크기를 줄여 국내에 나온 휴대전화기 중 제일 작다.

글=장정훈<cchoon@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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