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사회봉사명령 받는 4만여명…소외층 집수리에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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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음주운전으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함께 사회봉사명령 80시간을 선고받은 자영업자 김모(35)씨.

▶ 김승규 법무부 장관(左)이 27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우만 주공아파트에서 도배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씨는 관할 보호관찰소로부터 행정관청 민원실에서 하루에 8시간씩 근무하라는 명령을 받고 열흘간 민원실로 출근했다. 그곳에서 한 일은 민원인 안내와 직원들의 잔심부름. 김씨는 "봉사활동이라기보다 '시간 때우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 같은 형식적인 사회봉사명령이 사라지게 됐다.

법무부는 27일 "사회봉사명령이 봉사활동을 통해 범죄자를 참회하게 만든다는 제도의 취지에 맞춰 앞으로 단순 업무를 배제하고 소외계층 지원 등 실질적인 봉사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대한주택공사와 업무 협약을 하고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중 연인원 7만명을 장애인.독거노인.소년소녀 가장 등이 거주하는 영구 임대아파트의 도배.장판 교체 작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연간 4만여명에 달하는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가운데 5명씩 70개팀 350명을 구성해 1년 중 200일 동안 일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국 30개 도시에서 독거노인 1만2500여명, 장애인 4000여명, 소년소녀가장 500여명 등 1만7000여명을 도와주게 된다.

대한주택공사는 3년 동안 매년 2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도배지.장판 등 각종 자재를 지원한다.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이 전국적으로 단일한 봉사 사업에 투입되기는 1989년 이 제도가 도입된 뒤 처음이다.

이날 수원.부산 등지에서는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100여명이 집수리 작업을 시작했다.

장애인 부부가 사는 경기도 수원시 우만주공 3단지 임대아파트에서 도배 봉사활동을 한 최모(48)씨는 "힘은 들었지만 불우한 이웃을 도울 수 있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받았다.

◆ 사회봉사명령제도=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범법자들에게 일정 기간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하도록 명령하는 제도. 현행 형법(62조)은 집행유예 선고 때 최고 500시간까지 사회봉사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사람은 모두 4만5252명. 이 가운데 음주.무면허 운전 등 교통법규 위반자가 1만2000여명(31%)으로 가장 많았고, 폭력 사범과 사기 및 횡령 사범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주로 양로원.고아원 등에서 봉사명령을 수행했다.

김현경.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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