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생 vs 애플… '블로그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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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 한계를 둘러싸고 이색적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컴퓨터 업계의 강자 애플이 무명의 10대 하버드 대학 남학생과 자사의 영업 비밀을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불법으로 누설했느냐 여부를 놓고 법적 분쟁을 벌여 논란이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자에 이 사실을 소개하면서 "애플이 블로그(blogger)들을 제어하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분쟁의 발단은=애플 열성팬인 니콜라스 치아렐리(19.사진)는 지난해 12월 28일 자신의 홈페이지(www.thinksecret.com)에 "애플이 499달러짜리 신제품 맥 미니(Mac mini)를 출시할 것"이란 소식을 맨 처음 실었다. 지난 6일에는 "애플이 99달러짜리 저가 아이포드(iPod)를 선보일 것"이란 소식도 그가 가장 먼저 소개했다. 두 소식은 지난 11일 애플이 '맥월드 콘퍼런스'를 통해 맥 미니와 저가 아이포드 제품을 공식 발표하면서 모두 '특종'으로 확인된 셈이다.

애플 제품 매니어들 사이에서는 치아렐리가 운영하는 사이트가 애플의 기밀 정보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으로 정평이 났을 정도다. 그동안 필명 '닉 드플럼'을 사용해 베일에 가려있던 치아렐리는 지난 12일 하버드대 학생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이 싱크시크릿닷컴 운영자가 치아렐리라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얼굴이 드러나게 됐다.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애플은 지난 4일 치아렐리의 홈페이지를 영업 비밀 불법 누설 혐의로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 바버라 법원에 제소했다.

애플 측은 "이 사이트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제품의 비밀을 사전에 공개해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하버드대 수재인 치아렐리는 미 연방 수정 헌법 제1항을 내세워 표현의 자유를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는 "인터넷에 올린 내용은 모두 밝힐 수 없는 취재원으로부터 합법적으로 얻어낸 것"이라고 항변했다.

치아렐리의 이 같은 호소가 설득력을 얻으면서 최근에는 유명 인터넷 전문 변호사가 치아렐리의 변호를 자원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이번 판결 결과는 웹 저널리스트(web journalist)로 불리는 블로그들의 표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가려줄 것으로 FT는 전망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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