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저축은행 … 돈 맡기기 전에 잠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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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자영업자 김모(50)씨는 최근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한국상호저축은행을 찾아 여유자금으로 갖고 있던 5000만원을 보통예금에 넣었다. 김씨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보통예금으로는 파격적인 연 4%의 이자를 준다는 말에 솔깃해 창구를 찾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주는 보통예금 이자는 연 0.2% 수준이다.

김씨처럼 높은 이자를 쫓아 저축은행을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1년 만기인 정기예금 금리만 봐도 시중은행이 대략 연 3.5% 수준인데 비해 저축은행은 5.2% 선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한 푼의 이자가 아쉬운 투자자들에겐 큰 차이다. 돈이 몰리면서 전국 113개 저축은행의 수신액은 지난해 11월에 31조9000억원으로 불었다. 같은 해 1월 초의 26조9000억원보다 18% 증가한 실적이다.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틈새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저축은행을 믿지 못하겠다는 투자자가 많다. 많은 이자는 매력적이지만 외환위기 때처럼 저축은행이 부실해져 문을 닫으면 맡긴 돈을 떼일 수 있다는 걱정이다. 지난 14일에도 한.중 상호저축은행이 부실을 은폐했다가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다.

결국 우량한 저축은행을 고르는 안목이 중요하다. 먼저 은행이 얼마나 튼튼한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는 위험자산을 얼마나 가졌는지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 비율로 알 수 있다. 비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좋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1국 장홍재 수석검사역은 "저축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BIS 비율이 나와 있다"며 "5% 이하로 떨어지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홈페이지는 인터넷 검색엔진 등을 이용해 개별적으로 접속해야 한다.

다음으로 은행.금감원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영업이익.순이익이 증가하는지, 연체율은 줄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한국상호저축은행 정해근 상무는 "부실로 공적 자금을 받은 은행도 인정자기자본으로 계산돼 BIS 비율이 올라간다"며 "수익성을 반드시 보조지표로 사용하라"고 지적했다.

대주주.대표이사의 평판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영의 투명성도 파악할 수 있다. 재테크 사이트인 웰시안닷컴의 심영철 대표는 "사장이 30여년간 재임하거나 대를 이어 경영하는 저축은행들도 있다"며 "한눈을 팔지 않았다는 뜻이므로 아무래도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예금자보호제도를 십분 활용하는 게 좋다. 저축은행이 망해도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원까지 되돌려 받을 수 있다. 따라서 1인당 원금은 최대 4700만원 수준으로 하는 게 좋다.

거액을 맡기고 싶다면 가족 명의로 분산투자한다. 예컨대 4인 가족이면 최대 2억원까지 원리금을 보호받는다. 저축은행이 문을 닫으면 몇 달 동안 돈을 찾지 못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그래도 원리금은 보호받을 수 있다.

김준술 기자

*** 저축은행 부동산 대출 크게 늘어

금감원 "비중 높은 곳 수시 검사"

상호저축은행들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저축은행의 여신은 총 28조9000억원으로 이 중 8조5000억원(29.4%)이 부동산 관련 대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7월엔 부동산 대출이 7조4000억원으로 26%였다.

특히 7~11월까지 전체 여신은 27조5000억원에서 28조9000억원으로 5.1% 증가했지만 부동산 관련 대출은 7조4000억원에서 8조5000억원으로 14.9% 늘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데도 저축은행 수신자금의 상당부분이 부동산 대출 같은 고위험 자산에 운용되는 것은 문제"라며 "구조조정 노력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부동산 경기 위축에 대비해 추가 충당금 적립을 유도하고 부동산 여신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곳은 자주 검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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