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매월 공개 단지별 비교 가능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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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최근 서울 중랑구 신내동 S아파트에서는 관리사무소 직원 5명이 1억여원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파트 시공사에서 전기·설비부문 하자보수비로 1억5000여만원을 받아 실제로는 5000만원만 사용한 뒤 서류를 위조해 나머지 돈을 빼돌렸다. 광진구 구의동 A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관리소장이 물탱크에 투입할 약품을 구입한다며 실제 가격보다 비싸게 세금계산서를 작성해 3800여만원을 가로챘다. 현행 ‘공동주택관리규약’에 따르면 관리비 내역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세부사항을 기록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 주민들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아 이런 사고가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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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아파트 관리와 관련된 비리를 막기 위해 관리비 수입·지출의 상세 내역을 매월 공개하도록 하고, 관리비를 단지별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0일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웃과 소통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주택정책을 추진해 ‘아파트 주민 주권시대’를 열겠다”고 30일 밝혔다.

이를 위해 아파트 표준규약인 ‘공동주택관리규약’을 13년 만에 개정했다. 관리규약은 300가구 이상의 아파트와 150가구 이상의 주상복합아파트에 적용되며 법적 강제력은 없으나 소송이나 분쟁이 발생했을 때 판단의 근거가 된다. 개정된 규약은 9~11월 단지별로 주민 투표를 거쳐 시행에 들어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관리사무소장이 아파트 관리비 내역을 매월 세부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규정이다. 현재는 경비비·청소비·소독비 등 6개 항목만 공개했으나 앞으로는 오물수수료, 정화조관리비 등이 추가돼 14개 항목의 지출 내역을 밝혀야 한다. 또 특별한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비리의 온상이 됐던 잡수입은 영수증까지 함께 공개하도록 했다. 지출 내역은 주민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아파트 입구 게시판에 게시해야 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서울시 공동주택 홈페이지를 통해 회계 세부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 입주민들이 단지별로 관리비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서울시내 아파트 관리비는 가구당 평균 17만3000원으로, 최저 4만3000원에서 최고 73만200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또 2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공사를 할 때는 의무적으로 전문가 자문단에 의견을 구하도록 하는 안도 신설됐다. 전문가 자문단은 각 구청에서 꾸리며 아파트 단지별로 필요할 때마다 자문할 수 있다. 공사가 진행되거나 끝난 이후에는 입주자 대표뿐 아니라 일반 입주민도 검수에 참여할 수 있는 ‘주민참여검수제’도 마련됐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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