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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부동산·공모주 펀드 잇단 매진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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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돈이 있어도 마음대로 살 수 없는 펀드가 있다.

최근 날개 돋친듯 팔리고 있는 부동산펀드와 선박펀드, 공모주펀드 등이 그렇다. 판매가 시작된 뒤 불과 몇분만에 물건이 동나는가 하면 경쟁률이 수십대 1에 달한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은행에서 빠져나온 자금들이 돈이 될 법한 금융상품들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펀드도 원금을 까먹을 위험이 있는 만큼 상품의 성격과 자신의 재무상태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

◆분 단위의 청약 싸움=현대증권이 지난 25일 내놓은 '현대 부동산경매 펀드1호'는 판매개시 10분만에 설정액(1000억원)이 모두 팔렸다. 현대증권은 몰려든 투자자들을 위해 즉시 500억원을 추가로 모집했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펀드에 가입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같은 날 동양종금증권이 모집한 부동산펀드 'KB 편안한 부동산투자 신탁1호' 역시 순식간에 모집금액 200억원이 매진됐다.당초 판매기간은 4일간으로 잡았지만, "내일 가야지" 생각했던 투자자들은 펀드 가입의 기회를 놓쳤다.

선박펀드 역시 청약 경쟁률이 20대 1수준으로 돈이 있어도 맘껏 투자할 수가 없다. 지난주 삼성증권에서 판매한 '아시아 퍼시픽 8호'는 청약 경쟁률이 23.7대 1이었다. 124억을 모집하는데 개인자금만도 1940억이 몰렸다. 결국 5130만원(1만주)을 들여 청약해봐야 216만원어치의 펀드만 받고, 나머지 돈은 돌려받아야 했다. 지난주 대우증권이 판매한 '동북아8호' 펀드 역시 경쟁률이 18.8대 1이었다.

최근 코스닥 새내기주들이 약진하면서 짭짤한 수익이 기대되는 '공모주 펀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주 한투증권이 판매한 '부자아빠 주식플러스'나 대투증권이 판매한 '인베스트 플러스 채권'도 내놓자 마자 예정 모집금액을 넘겨 조기에 마감했다.

◆꼼꼼한 정보수집 필요=이처럼 하늘의 별따기인 펀드에 가입하려면 그 만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동양증권 리테일기획팀의 민경배 차장은 "요즘 인기있는 펀드를 잡으려면 거래 증권사나 신문 등을 통해 미리 정보를 챙긴 뒤 모집 첫날 곧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대증권 서초남지점의 윤호희 지점장은 "원하는 상품이 있으면 미리 증권사 직원과 상담해 MMF(머니마켓펀드)에 돈을 넣고 예약을 해두면 가입이 수월하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부동산펀드도 투자 자산을 매각할 때 값이 떨어지면 손실을 볼 수도 있고, 분양이 잘 안될 경우 자금 회수가 더뎌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 대부분 만기가 길고 중도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부담도 따른다.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의 박성현 부동산팀장은 "부동산펀드는 전문적인 인력을 많이 가지고 회사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운용사의 상품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선박 펀드도 위험 요소가 있다. 선박사고가 발생하면 투자원금을 까먹을 수 있고, 거래소에 상장되긴 하지만 거래가 잘 안돼 환금성이 떨어진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선박펀드 투자자들에게 "선박 가격이 해운시황에 따라 급변할 수 있는 만큼 펀드 만기 때 선박 처분에 따르는 위험요소는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선박을 빌릴 해운회사가 용선료를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 곳인지를 잘 살피라"고 당부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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