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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하면 바로 머리 감아 모공을 뚫어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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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호 18면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홍모(35)씨는 요즘 부쩍 머리가 많이 빠진다. 요즘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봄여름의 3~4배다. 아버지는 대머리가 아니지만 할아버지는 심한 대머리였다. 유전성 탈모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됐다. 병원에 가 탈모 치료 약도 처방받았다.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 특히 가을이 시작될 때 탈모가 갑자기 심해진다. 보통 사람의 가을철 탈모량은 평소의 1.5~2배 정도며, 사람에 따라 더 심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연구팀이 성인 남성 27명을 1년간 조사한 연구 결과 1㎠당 머리카락 수가 가장 적은 달은 가을이었다. 영국 피부과학회가 성인 남녀 140명을 18개월간 조사한 결과에서도 가을부터 머리가 집중적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대머리도 뒷머리는 잘 안 빠져 이식 가능
가을 탈모의 첫 번째 원인은 여름철 과다하게 분비된 피지 때문이다. 여름에는 겨울에 비해 땀과 피지가 2~3배 더 분비된다. 과다 분비된 노폐물들은 모공을 막는다. 모공이 막히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모발이 생장하는 데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다. 따라서 머리가 가늘어지고 끝내 뿌리마저 힘이 떨어져 탈모로 이어진다. 또 여름의 강한 자외선은 모근이 있는 두피 노화를 촉진한다.

호르몬 변화도 가을 탈모를 부추긴다. 가을로 접어들수록 낮은 짧아지고 밤은 길어진다. 하루 동안 받는 햇빛의 강도와 양이 점점 줄어든다. 탈모를 촉진시키는 가장 큰 원인은 남성호르몬에 의해 촉진되는 5-알파 환원 효소다. 이 효소는 일조량이 줄어들면 분비가 늘어난다. 그 때문에 가을에 접어들수록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지는 것이다.

이런 계절성 탈모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포헤어모발클리닉 이규호 원장은 “가을을 지나면 탈모 정도가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일시적인 탈모로 가장 흔한 것은 출산 후 탈모다. 아이를 낳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 온 몸의 혈액과 영양분이 출산과 관련 있는 조직으로 집중된다. 출산과 상대적으로 관련 없는 모발 쪽에는 혈액과 영양분이 덜 공급된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머리가 빠진다. 빠진 머리 부분에 머리가 다시 나기까지는 3~6개월이 걸린다. 그 이후 다시 튼튼한 모발이 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이어트도 원인이다. 하루에 자라는 모발의 총 길이는 약 30m. 그만큼 영양분의 소모가 많다는 뜻이다. 다이어트를 하면 일시적으로 영양공급이 안 돼 머리카락이 빠지지만 다시 영양보충을 하면 정상적인 모발이 난다. 체내 호르몬 분비기관인 부신에 이상이 생기거나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어도 탈모가 진행될 수 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유전 요소가 없으면 절대 대머리가 될 수 없다. 탈모는 우성 유전이다. 부모 중 한 명이 탈모 환자라면, 본인이 탈모 유전자를 갖고 있을 확률은 50%다. 가령 대머리인 아버지의 유전형이 AB이고 어머니가 CD이면 자식은 AC, AD, BC, BD형이 나올 수 있다. 이때 아버지의 탈모 유전인자 A가 들어간 자식은 대머리 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BC, BD형을 갖고 있는 자식은 대머리 유전자가 없다. 따라서 형제 중에 대머리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즉, 확률은 50% 정도다.

같은 대머리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도 여성이 대머리가 될 확률이 남성보다 낮다. 탈모를 일으키는 효소가 남성호르몬에 의해 분비되기 때문이다. 여성은 남성호르몬이 훨씬 적게 분비된다.

탈모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지는 타액이나 혈액 등을 채취하는 유전자 검사를 해 보면 된다. 주로 대학병원이나 전문 탈모클리닉에서 검사받아볼 수 있다.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미리 계획을 세워 치료하는 게 좋다. 심우영 교수는 “탈모 유전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연령대별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머리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전인자가 있으면 20대부터 본격적으로 머리카락이 빠진다. 20대에는 먹는 약과 바르는 약으로 탈모치료를 시작한다. 바르는 제제는 미녹시딜, 먹는 제제는 프로페시아가 있다. 미녹시딜은 남녀 모두 사용 가능하며 모발의 생장 기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프로페시아는 먹는 제제다. 남성호르몬 작용을 억제해 탈모를 줄인다. 여성은 사용 불가하다.

약을 쓰는 것이 탈모를 지연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약을 장기 복용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생기게 마련이다. 따라서 30~40대가 넘어서면서부터는 모발 이식을 생각해 보는 경우가 많다.

하루 모발 30m 자라 - 충분한 영양 공급을
이식은 보통 뒷머리(귀와 귀를 이었을 때 경계로 아랫부분에 해당하는 뒷머리)의 모근 부위를 정수리나 이마 부분으로 옮겨 심는다. 뒷머리의 모근은 정수리와 앞머리 부분의 모근과 뿌리부터 다르다. 뒷머리 모근에는 탈모에 관여하는 효소가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탈모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수리와 앞머리 부분은 탈모에 관여하는 효소가 적극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탈모가 빨리 진행된다. 따라서 뒷머리 부분의 머리카락을 떼어 정수리 부분에 이식하는 것이다.

뒷머리에서 떼어낼 수 있는 모근 수는 총 3000~4000개가량으로 한정돼 있다. 보통은 탈모가 많이 진행된 40~50대에서 시술받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이식을 받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트렌드도 변했다. 한 번에 이식하는 것보다 여러 번 나눠서 이식하는 것이 좋다. 나이 들어 있을 추가 탈모에 대비해서다. 이규호 원장은 “20대까지는 약을 먹다가 30대, 40대, 50~60대에 1000모 정도씩 나눠 이식하는 것이 미용상 더 보기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식 비용은 모근 하나당 2000~8000원 정도다.

유전 소인이 없더라도 모발 관리를 잘못하거나 심한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영구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평소에 정수리 부위의 머리카락을 10개 정도 잡아당겨서 빠지는 개수가 6개 이상이면,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과 뒷머리카락의 굵기를 비교해 앞 머리카락이 많이 가는 경우는 탈모가 진행되고 있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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