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선 칸첸중가 등정, 사실로 보기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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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오은선씨의 소속사인 블랙야크에서 오씨가 칸첸중가 정상에서 찍었다며 제공한 사진. [중앙포토]

여성산악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것으로 알려졌던 오은선(44)씨의 신화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오씨가 지난해 칸첸중가(8586m)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는 의혹이 거듭 제기됐다.

대한산악연맹(회장 이인정)은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회의실에 칸첸중가를 올랐던 산악인들을 소집했다. 총 7명 중 엄홍길(2000년 등정), 박영석(1999년), 한왕용(2002년), 김웅식(2001년), 김재수(2009년), 김창호(2010년)씨 등 6명이 참석했다. 회의에 오지 못한 서성호(2010년)씨는 전화로 의견을 냈다고 대한산악연맹이 밝혔다. 여기에서 참석자 상당수가 “오은선씨가 정상에 올라 찍었다는 사진에 나타난 지형은 칸첸중가 정상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또 오씨가 설명한 등반 과정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날 회의에는 사안의 파장을 고려해 이인정 연맹 회장이 직접 참관했다. 이 회장은 “어제 오은선과 만났는데 등정에 대한 믿음이 강했다”며 “ 힘들어하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대한산악연맹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함에 따라 파장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오씨의 등반 사실이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적지 않은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의혹은 지난해 5월 처음 제기됐다. 오씨에 이어 칸첸중가를 정복한 김재수씨가 “정상에 올라가보니 오씨가 제시한 산 정상의 사진 모습과 많이 달랐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오씨와의 일문일답.

-연맹이 등반 의혹을 인정하는 듯한 기자회견을 했다.

“유감스럽다. 나는 정확히 칸첸중가 산을 올랐다. 심사가 공평하지 않다. 그분들이 나를 판단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분들이 찍은 정상사진을 공개적으로 요청한다.”

-어떤 사진을 말하나.

“오늘 참석한 6명 모두의 정상 등정 원판 사진이다. 내 정상사진이 의심스럽다는데 나도 그분들의 정상사진을 보고 판단하겠다. 지난해에도 칸첸중가 모임이 있었는데 그때는 박영석씨만 문제를 제기했고 나머지는 맞다고 하거나 침묵했었다.”

-SBS 방송을 보면 당신이 잊어버렸다던 깃발이 품속에 있는데.

“올라가면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사진을 찍은 장소가 정상이 아니라면, 거기가 어딘지 되묻고 싶다. 납득할 수 없고 다음 주 초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입장을 밝히겠다.”

오은선씨 등정 의혹 일지

2009 5.6 오은선 칸첸중가 등정. 사진을 두고 박영석·김재수 등 산악인들 의혹 제기

2009 11 대한산악연맹, 칸첸중가 등정자 비공개 모임 개최. 오은선 ‘등정 의혹’에 해명

2009.11.24 한겨레, 칸첸중가 등정 의혹 첫 제기

2009.12.3 오은선 “정상이 확실하다” 기자회견

2010.8.21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오은선 등정의혹 다시 제기

2010.8.26 대한산악연맹, 오은선을 제외한 칸첸중가 등정자 모임 다시 개최. “등정 못했다” 결론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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