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젊은이들의 지적 월드컵, Y20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이창용 G20기획조정단장은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이 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비영어권 신흥국가들의 관료들도 전문지식과 영어로 잘 무장돼 있다”며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인재를 길러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난 24~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Y20 정상회의’를 지켜봤다면 미래의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인재 육성에 대한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영어 잘하고 콘텐트도 충실한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을 테니까. Y20 정상회의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미리 체험하는 젊은이들의 행사였다. 5~6명이 한 팀을 구성해 G20 소속 국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대표가 돼 G20 정상회의와 같은 방식으로 모의회의를 했다.

사실 지난 4개월간의 Y20 행사를 지켜보며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거시정책 협력, 금융규제, 국제금융기구 개혁, 금융 안전망 등 G20 주요 의제들은 하나같이 소화하기 쉽지 않은 전문적인 주제들이었다. 엄격한 영어 면접으로 Y20 대표단을 뽑은 만큼 다들 영어는 잘했다. 그러나 완벽한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내용 없게’ 구사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이들을 볼 때마다 ‘역시 영어보다는 콘텐트’라고 절감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이틀간의 Y20 정상회의는 기대 이상이었다. Y20 대표단은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공동선언문(코뮈니케)을 한 줄, 한 줄 만들어 나갔다. 바쁜 일정을 쪼개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던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공무원들도 “실제 G20 실무회의와 비슷하다” “그럴듯하다”고 평가했다.

물론 Y20이 내밀한 국제정치 흐름까지 읽어가며 미묘한 샅바싸움을 해야 하는 G20과 비교될 수는 없을 것이다. 엉뚱한 주장이나 오해도 있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G20 회의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다수결로 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G20에선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은다.

이창용 단장은 G20 정상회의를 관료와 지식인이 국가대표 선수로 나서 싸우는 ‘지적(知的) 월드컵’에 비유했다.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겨루면서 국가의 지적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에게도 Y20 행사가 그런 기회가 됐으면 한다.

서경호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