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형기준 엄격히 … ‘고무줄 판결’ 막아 보호감호로 성폭행 등 흉악범 관리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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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57년 만에 형법 개정안 시안을 마련해 25일 공개했다.

<본지 7월 26일자 1, 4, 5면·사진>

법무부가 이날 공청회에 내놓은 시안에는 판사의 ‘고무줄 판결’을 막기 위해 작량감경 범위를 크게 줄이고 인권 문제로 폐지됐던 보호감호제를 부활시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법무부는 이날 공청회를 비롯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형법 개정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가 발전에 기여” “반성하기 때문에” 판결문에서 사라져=개정 시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작량감경의 요건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작량감경은 피고인의 범죄 사실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법관 재량으로 법률이 정한 최저형량의 절반까지 줄여 주는 제도다. 작량감경은 그동안 판사의 판단 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점 때문에 이른바 ‘고무줄 판결’ 논란을 가져왔다.

이번 법무부 시안은 ▶피고인이 자백했을 때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을 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때 ▶피해 회복이 상당 부분 이뤄졌을 때 등에 한해서만 작량감경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는 “국가 발전에 기여한 점을 인정해” “피고인이 죄를 뉘우치고 있어” “만취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등의 이유를 들어 판사가 형을 깎아 줬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이유가 판결문에서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법원이 작량감경 제한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일부 수정될 여지는 남아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서울고법 손철우 판사는 “작량감경이 지나치게 높은 형량을 최종적으로 조정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공정하고 합리적인 양형을 도출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보호감호제 5년 만에 부활=이중처벌 논란 끝에 2005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보호감호제도 부활했다.

최근 살인과 아동 성폭행 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흉악범죄가 이어지는 데 대한 대책의 일환이다. 대신 이전의 보호감호제에서 문제가 됐던 과잉처벌 문제를 완화했다.

우선 형법의 가중처벌 규정을 없앴다. 이전에는 상습범·누범 가중 규정을 둬서 무겁게 처벌한 뒤 또다시 사실상 처벌 성격의 보호감호를 적용했다. 그러나 보호감호제를 부활하면서 형법의 가중처벌 규정은 폐지한다는 것이다.

또 과거에는 모든 범죄에 광범위하게 적용해 인권 침해 논란이 있었지만 새롭게 도입하는 보호감호제는 그 대상 범죄를 제한했다. 방화와 살인, 상해, 약취·유인, 강간 등 성폭력 범죄와 강도 등으로 한정한 것이다.

이들 범죄로 세 차례 이상 징역 1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거나 형기 합계가 5년 이상인 범죄자가 5년 이내에 다시 대상 범죄를 저질러 1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을 때 보호감호가 선고되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기 6개월 전에 법원이 교정 성적과 반성 정도를 고려해 재범의 위험성 여부를 다시 판단하는 ‘중간심사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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