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미래형 서점’의 모델 보여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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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단순한 서점 이상이다. 1980년 설립 이래 한국 출판문화 1번지로 불려왔다. 이곳의 매출에 따라 울고 웃는 출판사도 많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27일 다시 문을 연다. 400억 원 상당의 매출손실을 감수하고 리모델링에 들어간 지 5개월 만이다. 국내 문화계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 김성룡(57·사진) 대표를 만났다. 회사 창립 당시부터 지난 30년 출판현장을 지켜왔다. CEO를 맡은 지 3년째다.

- 새로 단장한 광화문점이 달라진 점은.

“무엇보다 ‘소통하는 미래형 서점’을 구현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예를 들면 절판된 도서나 자가출판을 원하는 이들에게 현장에서 즉시 종이책으로 만들어 주는 POD(Publishing on Demand) 서비스를 실시한다. 테마 및 추천서 통섭매장인 ‘구서재(九書齋)’ ‘삼환재(三患齋)’를 신설해 사회 트렌드를 적극 수용했다. 낡은 공조시설을 전면 손질하고 책 위주로 매장을 확대했다. 사람과 사람, 독자와 책이 더욱 쾌적하고 편리한 분위기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 교보문고 30년을 평가한다면.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서적판매 부문 8년 연속 1위, 한국산업의고객만족도(KCSI)에는 13년 연속 1위 등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평가 받았다. 이는 시설과 서비스에서 독자들을 감동시키는 부분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공익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교보문고의 이념 덕이라 자부한다.”

- 창설 당시 비화라면.

“교보빌딩 준공 전부터 지하 1층 임대 청탁이 줄을 이었으나 신용호 창립자는 선진국이 되려면 책과 독자들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광장이 있어야 한다며 임원들 반대를 무릅쓰고 설립을 추진했다. 서점 입구 벽에 새겨진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글귀도 그런 다짐을 나타낸 것이다.”

- 30년 간 출판계의 주요 변화는.

“1980년대는 정부 방침에 반하는 책에는 판금조치가 내려졌고, 외국서적도 좌파성향의 작가나 당시 군부독재를 비난하는 책은 수입이 제한되었을 정도였다. 이 같은 제약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 독서문화 향상에도 노력하고 있다는데.

“독서진흥 사업과 평생학습 지원, 성공인생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자체 독서경영연구소에서 기업을 위한 독서경영 컨설팅을 실시하고, 책 읽는 가정만들기를 지원하는 ‘독서스쿨’과 독서능력을 진단· 처방할 수 있는 ‘READ’ 검사 등을 보급하고 있다.”

- 교보문고 창립멤버다.

“처음에는 교보생명빌딩에 입주한 외국회사 관리업무를 맡았다. 교보문고가 설립되면서 무역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어 외국서적 수입과장으로 파견근무를 했다. 이후 서점을 떠난 적이 없다. 무역회사들이 잘 나가던 때라 서점 일을 한다니 친구들이 모두 ‘미쳤다’고 했다.”

- 오프라인 서점의 전망은.

“2007년 아마존의 킨들 출시 이후 전자책 열풍으로 책의 외연이 빠른 속도로 넓어지고 독서행태도 바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변화는 기회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출판계가 합심해 대응한다면 독서시장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본다. 책과 책, 저자와 독자, 독자와 독자가 소통하는 오프라인 서점의 장점은 더욱 커질 것이라 본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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