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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김소영 기자의 미국생생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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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식 수업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원탁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끊임없이 질문을 주고받으며 수업을 진행한다. 이 때문에 예습 없이는 토론 수업에 참여할 수 없고 숫기가 없거나 발표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수업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토론식 수업은 공립학교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교실당 30~40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둘러앉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학생마다 성적 차이가 커 사고력·발표력을 동반하는 토론 수업 진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공립학교에서 시범적으로 토론식 수업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전국 고교 순위 2위에 오른 옥스퍼드 아카데미는 AP(대학 수준 프로그램) 미국사 및 유럽사 교실에서 토론 수업을 시작했다. 36명의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 서로 마주보는 식으로 배치하고, 교사는 두 그룹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에 자리해 교사와 두 그룹이 둘러앉는 효과를 만들었다. 교사가 질문을 던지면 자유롭게 학생들이 답하고 또 다른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50분 수업이 진행된다. 공립학교이긴 하지만 영재학교라는 특성 덕분에 이만큼의 토론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이 담당 교사의 말이다. 옥스퍼드 아카데미에서 이렇게라도 토론 수업을 시도하는 이유는 토론 능력이 필수인 대학 수업 방식에 대비시키기 위해서다.

이런 차에 미주 한인 학원가에도 한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토론식 학습교실이 등장했다. 이민사회의 한인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말대답 하면 안 되고, 식사 시간에 조용히 해야 한다는 등 ‘침묵이 곧 미덕’이라는 가정교육에 익숙하다. 그러나 한인 학생들이 미 주류사회에서 인재로 인정받으려면 학교 성적뿐 아니라 자신 있게 발표하는 능력,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능력을 별도의 교육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토론 학습 프로그램의 취지다.

명문대에 진학한 한인 학생들이 대학에서 경쟁할 상대는 어려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도록 교육받고 자란 중상류층 백인 학생들이다. 이런 점에서 특히 한인 학생들에게는 토론 특훈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많은 한인 교육자가 동의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소영 미주 중앙일보 교육전문기자 (ksyg2000@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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