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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2010 전국영어토론대회에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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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새미 중앙데일리 기자(christine.kim@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2회 전국영어토론대회에 참가한 중학생 팀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상을 받은 이창헌·양재호·양준호군(왼쪽부터). [전민규 기자]

중앙데일리가 주최한 이번 대회는 지난 15~17일 사흘 동안 진행됐다.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전국에서 34개 팀 102명의 중학생이 참가했다. 예선부터 결선까지 매번 토론 주제가 바뀌었다. 사흘 동안 ‘미성년자 통금시간’부터 ‘운동선수들의 스테로이드 사용’까지 다양한 주제로 ‘아시아 국회식’ 토론이 진행됐다. 두 팀이 각각 정부와 야당의 역할을 하면서 주어진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이다.

몇 가지 주제는 미리 주어지지만 실제 평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즉석 토론이다. 각 팀은 세 명으로 구성되는데 한 명도 빠짐없이 무대에 나와 본인의 주장을 6분 동안 말해야 한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는 진행부터 토론까지 모든 내용이 영어로 이뤄졌다.

이번 대회의 특징 중 하나는 상대방 의견에 반대하거나 자기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한 명씩 무대에 나와 말을 하는 동안 반대 팀 구성원들은 연사가 하는 말에 대해 “Point of information(POI)”이라고 말하며 일어나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 주장이 시작되고 1분 후부터 할 수 있는 POI는 숫자 제한이 없다. 토론 내내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학생들과 그 행동에 당황해하는 발표자들을 보는 것도 이번 토론의 묘미였다.

이날 결선 토론은 조두순과 같은 아동 성폭행범의 이름이 종종 거론될 정도로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총 50분 동안 이어진 토론 끝에 우승팀이 결정됐다. 14세 동갑내기 이창헌(아주중)·양재호(구룡중)·양준호(구룡중) 등 3명으로 구성된 ‘엘와이 다이내스티’ 팀이었다. 이들 중 재호와 준호는 쌍둥이 형제다. 이들은 지난 5월 영국에서 열린 영어 토론대회에서 처음 만났다. 그 인연으로 친구가 된 이들은 지난달 말부터 팀을 구성하기로 의기투합해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세 학생 모두 2년씩 해외 거주 경험이 있던 터라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사전 준비는 철저했다. 다 함께 모이지 못할 때는 각자 인터넷으로 대회에 나올 수 있는 모의주제들에 대한 정보를 미리 찾아 놓은 뒤 나중에 모여 새벽까지 실제 토론 준비를 했다. 이들은 “토론은 비판적인 사고를 기르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된다”며 “특히 영어 토론대회 참가는 읽기·쓰기·말하기·듣기를 다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영어 실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창헌군은 “가끔 발표자의 말을 비웃거나 책상을 두드리는 등 ‘무례한’ 행위를 하는 상대들도 있었다”며 “공격적인 건 좋지만 그런 팀들이 잘한다거나 점수를 많이 받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토론의 예절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재호군은 “토론을 잘하기 위해서는 신문을 많이 읽고 비판적 사고 능력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대회는 사단법인 한국디베이트포럼과 경희대 부설 국제스피치토론연구소의 후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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