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공부] 대학생 멘토 2000명이 나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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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은혜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2010 공부의 신 프로젝트] 최민형 멘토 만난 거금도 최현호군

망망한 바다 가운데 있는 섬처럼 공부에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던 최현호(왼쪽)군에게 멘토 최민형씨가 좋은 형이 돼주기로 했다. [황정옥 기자]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6시간, 다시 배를 타고 30분을 가야 닿을 수 있는 곳. 전남 고흥군 금산면의 ‘거금도’라는 섬이다. 바다를 보며 산을 오를 수 있는 등산로 덕분에 관광객이 꾸준히 찾는 곳이다. 내년에 육지와 연결되는 다리가 완공되면 이 섬을 드나드는 외지인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도 걱정거리가 있다. 젊은 사람들이 없다 보니 마을에 아이들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섬 안에 초등학교가 7개, 중학교도 2개가 있었지만 지금은 초·중·고등학교가 1개씩만 남았다. 이 중 고등학교는 인문·정보계열이 함께 운영되는 종합고등학교 형태다. 이 때문에 섬마을에서 함께 나고 자란 아이들은 중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육지로 나가 뿔뿔이 흩어진다.

현호의 아버지 최점수(44)씨는 이런 교육환경에서 공부해야 하는 아들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현호는 성격이 활달해 반장을 도맡아 하고 2학년 전교생 33명 중에 다섯 번째 안에 들 정도의 성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씨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섬 안에서는 도시와 같은 학업 열기도, 변변한 사교육 시설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호의 형도 지난해 2등으로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올해 뭍으로 나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하위권으로 등수가 뚝 떨어졌다.

그동안 방학만 되면 현호는 영어캠프에 가기도 하고 서울에 있는 친척집에 머물며 공부하기도 했다. 인터넷 강의를 들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읍내까지 학원에 다녀보기도 했다. 1시간 반 정도의 수업을 듣기 위해 버스와 배를 갈아타며 왕복 3시간을 오갔다. 하지만 학원은 한 달 만에 그만뒀다. 마지막 배를 타고 집으로 오던 현호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배에서 잠이 들어 그대로 육지로 되돌아간 사건이 있고나서였다. 최씨는 “다행히 친척집에서 자고 다음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지만 얼마나 힘들면 그랬을까 싶어 안쓰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이 교육을 위해 비싼 돈 들여가며 이것저것 안 시켜본 것이 없지만 다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사연을 듣고 서울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멘토 최민형(25·고려대 사학과 4)씨가 현호 가족들에게는 고마울 따름이다. 민형씨와 금세 친형제처럼 친해진 민호는 “장래 희망이 대통령이고 목표 대학은 하버드대”라고 당당히 밝혔다. 민형씨는 자신이 직접 썼던 노트들을 가져와 현호에게 보여줬다. 일목요연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노트를 보여주며 사회 노트 필기 방법과 수학 오답노트 작성법을 설명했다. 현호는 “이때까지 수학 오답노트는 안 만들어 봤는데 이제 한번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민형씨는 준비해 온 선물을 하나 더 꺼냈다. 『해리포터』 영어 원서 두 권이었다. “형이 읽었던 책인데 겁먹지 말고 일단 읽어봐.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까. 여기 보면 형이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를 표시해 놓은 것도 있어. 인터넷 카페 중에 이 책에 나오는 어휘들을 정리해 둔 곳도 있으니까 그걸 이용해 봐. 나중에 다 읽었는지 독후감 검사할 거야.(웃음)”

과학을 제일 못한다는 현호에게 민형씨는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하지 말고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비중에 따라 공부할 수 있도록 시간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씨는 민형씨에게 “현호가 말을 잘 안 듣거든 내게 귀띔하라”며 “집에서 혼쭐을 내주겠다”고 말했다. 민형씨와 현호가 마주보며 웃었다.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잘 지내보자.”“형, 잘 부탁해요. 그리고 또 놀러 오세요. 언제든 환영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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