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공부] 청소년직업체험캠프 2010 커리어위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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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영화’ 부분 참가 학생들은 영화감독을 만나 현장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부터 촬영·편집까지 직접 경험했다. [최명헌 기자]

영화감독·의사·패션 디자이너 …. 청소년들은 여러 직업의 세계를 꿈꾼다. 하지만 영화감독이 되기까지 ‘딱딱이’로 불리는 슬레이트를 얼마나 쳐야 하는지 모른다. 수없이 바늘에 찔려야 하나의 의상이 만들어 진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환상을 갖기 때문이다. 자신이 꿈꾸는 직업을 직접 체험하고, 전문가 멘토와 만나보는 서울시·서울교육청 주최 ‘청소년직업체험캠프 2010 커리어위크’가 지난달 16~20일에 열렸다.

글=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
사진=최명헌 기자

고교생 100명 현업 전문가들과 직업체험 나서

캠프를 주관한 하자센터(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는 2007년부터 ‘일일직업체험 프로젝트’를 운영해왔다. 지난해에만 1만여 명의 청소년들이 직업체험을 했다. 커리어위크는 청소년들이 보다 심화된 직업체험을 해보도록 2008년부터 방학마다 무료로 진행됐다. 이번 방학에는 영상·영화, 패션·디자인, 온라인 게임, 사진, 대중음악 등 다섯 분야로 나눠 각 20명씩 총 100명이 캠프에 참가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주최한 ‘전문계고 창의아이디어 경진대회’ 출전자 중 선발된 학생들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5월 전국 중고생 65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0%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진로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에서 청소년들은 쾌적한 근무환경에서,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많은 돈을 버는 직업을 꿈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자센터 이지현씨는 “수입이나 안정성보다는 어떤 직업인이 될 것인지 알려주는 근본적인 진로설계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이번 직업캠프는 단순히 현장을 탐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분야의 전문가 그룹이 멘토가 돼 직접 학생들의 지도를 맡았다. 예를 들어 영상·영화 분야는 현역 프로듀서와 영화감독, 대중음악은 뮤지션과 작곡가가 나섰다. 영화·영상 분야의 진행을 맡은 김진선(영화제작소 ‘눈’ 기획담당)씨는 “현직 전문가들로부터 단순히 직업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업선택에 있어 준비할 것과 적성·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기는 기본 교육에 충실할 때

19일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영화창작공간 디렉터스존. 긴장된 표정의 고교생 16명 앞에 3명의 감독과 PD가 나타났다. 영화 ‘7급 공무원’의 신태라 감독, 영화 ‘국가대표’ 정주균 PD, TV 드라마 ‘연애시대’를 연출한 한지승씨다.

1시간 남짓 진행된 간담회에 이어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자리까지 학생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신태라 감독은 “영화라는 게 겉으로는 좋은 직업 같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나도 연출부 시절 현장에서 딱딱이만 쳤다. ‘머리 쓰는 노가다’라는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영화가 아닌 무역학을 전공한 정주균 PD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하고 싶은 것이 구체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28세가 돼서야 뒤늦게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정 PD는“여러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일찍 찾았으니 많이 경험하고 시험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경은(한강미디어고 방송기술과 2)양은 “어려서 진로를 접하는 게 좋다고 하지만 공부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여러 이유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학생들에게 한지승 감독은 “나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면서도 내가 영화에 재능이 있는가, 이 직업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즐거워야 열심히 하게 됩니다.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많이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죠.”

다른 공부는 미루고 영화와 영상에 빠졌다는 학생도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영상 분야에 관심을 가졌다는 김철진(대경정보산업고 멀티미디어과 2)군은 “주위에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기술만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나도 학창시절 그랬는데 지금은 후회한다”며 “감독은 박학다식해야 하는데 공부를 안 하면 기본이 부족해진다. 여러분은 학교 교육을 잘 받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직접 체험하고 나니 직업 구체적으로 그려져

캠프 동안 영화·영상 분야 학생들은 4분짜리 단편영화 두 편을 제작했다. ‘시간’이란 영화의 감독을 맡은 이효정(영락유헬스고 영상미디어디자인과 3)양은 “소외된 사람들, 무엇보다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캠프를 마치고 임하연(광신정보산업고 그래픽디자인과 3)양은 “영화에 관심은 많았지만 뭘 하고 싶은지 정확히 몰랐는데 ‘녹음’이라는 분야를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사진팀은 사진작가가 직접 촬영부터 보정, 프린트 작업까지 했다. 친구들끼리 모델이 돼 주기도 했다. 패션·디자인 부문은 직업 옷을 디자인하고 소품을 활용해 연출과 사진 촬영을 경험했다. 게임 팀은 게임 회사를 방문해 게임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e스포츠심판 등의 직업인들과 궁금증을 풀어놓는 시간을 가졌다.

대중음악 분야에 참가했던 최홍석(강서공업고 정보통신 3)군은 이번 캠프에서 라디오 녹음을 한 것이 흥미로웠다. 최군은 “라이브클럽 대표를 만나 힘든 환경에서도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것을 하니까 즐길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음반 디자인도 해보고 인디밴드와 기획사 관계자들도 만났다. 최인형(성암국제무역고 중국무역과 2)양은 “이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만나보고 나니, 지금까지 막연하게 생각했던 음악 분야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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