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겸 유럽연합 대사] "유럽노조 강성은 옛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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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조간부들도 이화수 의장처럼 유럽에 와 봐야 합니다. 이곳 노조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면 생각이 확 달라질 겁니다."

오행겸(사진) 유럽연합(EU) 대사 겸 주 벨기에 대사는 "한국기업이 국제무대에서 제대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노조가 먼저 변해야 한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우리 노조들이 유럽 노조를 강성노조의 대명사격으로 자주 거론하지만 정작 그들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 대사는 프랑스를 예로 들며 "동구권 국가들이 무더기로 EU에 가입하면서 유럽의 공장들이 동구 쪽으로 이전하자 일자리를 잃은 프랑스 노동자들 사이에 '상생을 위해 목소리를 낮추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35시간 근로시간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일을 더 하고 요구할 것을 요구하자는 얘기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은 얼마 전부터 전 유럽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유럽의 노조들은 이제 '파이를 키워야 산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오 대사는 "유럽 노조 중 상당수가 기존에 누리던 노동자의 권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는 방안을 회사에 솔선해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폴크스바겐 노조는 7년간 임금을 동결하자고 회사에 제안했다. 대신 고용안정을 보장받았다.

오 대사는 "우리 노조도 이제 '풍요를 누리려면'이 아니라 '먹고 살려면' 변해야 한다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브뤼셀=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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