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붐 타고 온 월드 스타들 '대안 음악' 들려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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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시장의 전체적인 불황 속에서 월드뮤직은 부쩍 성장한 한 해였다. 아직은 주류 장르라고 보기 힘들지만, 하나의 대안 음악으로, 그리고 신선한 매력을 담고 국내 음악애호가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선 2002년 월드뮤직계의 여러 뉴스를 살펴본다.

◇월드뮤직 음반시장 커져

여러 악재 속에서 전체 음반시장은 위축된 반면, 월드뮤직 음반 판매량은 전년에 비해 약 두 배 가량 증가했다. 그동안 꾸준히 소개된 나라는 물론, 터키·세네갈·그리스·이스라엘 같은 진정한 의미의 월드뮤직 음반들이 다수 선보였다. 특히 그 나라를 대표하고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은 월드 뮤지션들의 음반이 발매된 건 무척 고무적이다. 여기에는 국내 토종 마이너 음반사들의 공이 컸다. 음악전문가들이 다수 포진된 이 회사들 덕분에 양질의 음반이 들어올 수 있었다.

◇월드스타 내한 이어져

월드컵 개최로 많은 월드 스타가 한국을 찾았다. 월드컵 전야제에 참여한 세네갈의 이스마엘 루는 이틀간의 공연을 통해 국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포르투갈의 파두 가수인 마리자와 세네갈의 바바 말은 경기장에서 자신들의 국가를 열창했다.

하지만 '맨발의 디바' 세자리아 에보라의 공연은 올해 최악의 공연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형편없는 음향시설과 춥기까지 한 공연장 등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이었지만, 무엇보다 관객들을 분노하게 만든 건 공연기획사의 '성의 부족' 이었다. 내년에는 더욱 풍성한 공연이 마련된다. '대륙의 목소리' 아르헨티나의 메르세데스 소사를 비롯해 쿠바의 손꼽히는 명그룹 로스 파키레스, 정통 파두 가수 미지아의 공연까지 벌써부터 월드뮤직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쿠바 음악의 강세

국내외를 막론하고 올해는 쿠바음악의 강세가 계속 이어졌다. 특히 올해 발표된 콤파이 세군도·루벤 곤살레스·오를란도 카차이토 로페스 등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멤버의 솔로 앨범은 평단과 대중 모두에 높은 평가를 받으며 쿠바음악의 저력을 과시했다. 아쉬운 건 한국시장에서 '쿠바음악=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으로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쿠바는 깊이와 폭을 가늠하기 힘들 만큼 음악의 강국이다. 다양한 쿠바 음반들이 소개되길 바란다.

◇듀엣·피처링 유행

산타나의 '수퍼내추럴' 앨범의 천문학적인 성공 이후 팝음악은 물론, 월드뮤직계에도 피처링과 듀엣 형식의 앨범이 자주 발표되고 있다. 콤파이 세군도는 올초 음반 '듀엣츠'로 유럽에서 사랑을 받았고, '아일랜드의 국민밴드' 치프턴스의 '더 와이드 월드 오버'도 그 뒤를 이었다.

록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틴도 새 음반에서 파키스탄의 아시프 알리 칸 그룹과 협연을 했다. 한편에선 "너무 상업적"이라는 비난도 받지만, 전혀 다른 나라의 음악이 한 장의 음반에서 사이좋게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맛볼 수도 있다.

대중음악평론가·MBC FM '송기철의 월드뮤직'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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