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내년 R&D 4조3천억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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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삼성은 내년도 그룹 전체의 설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35% 늘린 8조8천억원으로 책정하는 등 경기 악화 전망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경영 방침을 정했다.

삼성은 또 유망 신산업 발굴과 브랜드·디자인 등 소프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 비용도 올해보다 6천억원 늘린 4조3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액수는 올해 정부의 과학기술 부문 R&D 예산(4조9천5백56억원)에 조금 못 미치는 것으로, 국내 기업으로서는 사상 최대다.

삼성 그룹구조조정본부 이순동 부사장은 "'불황일수록 투자를 대폭 늘려 경쟁사와 차별화를 기하라'는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반도체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등 전략사업의 투자를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올해보다 2조3천억원 늘어난 내년도 설비투자 자금을 ▶12인치(3백㎜) 반도체 라인(경기도 화성)▶TFT-LCD 6라인(충남 천안)▶PDP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및 휴대전화 공장 라인 증설 등에 집중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삼성은 내년의 경영 목표(매출·세전 이익)를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잡았다. 특히 그룹의 수출 목표는 올해보다 17% 늘어난 3백65억달러로 크게 높였다.

삼성 관계자는 "2003년도 그룹의 매출 목표를 1백14조원으로 잡았다"며 "내년부터 회계 기준이 달라져 종합상사의 매출을 제외하면 매출 외형은 줄겠지만 달라진 기준을 적용하면 내년도 실적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은 이날 올해 그룹 전체로 매출 1백37조원, 세전이익 15조원을 각각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7월 상향조정했던 경영 목표(매출 1백35조원, 세전이익 15조원)를 상회하는, 사상 최대의 경영 실적이다.

삼성은 또 올해 그룹 계열사의 수출이 국가 전체 수출액의 약 20%에 달하는 3백12억달러가 될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같은 경영 실적에 따라 계열사 평균 부채 비율은 지난해 87%에서 올해는 65% 수준으로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내년에는 그룹의 평균 부채 비율을 평균 56%로 더욱 낮추는 등 초우량 재무구조를 갖춘 기업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24일 계열사별로 연말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삼성 관계자는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데다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상여금을 줬다"며 "계열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기본급의 3백% 수준"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공식적인 성과급 제도인 생산성 장려금(PI)과 초과이익분배금(PS)제도를 실시한 이후 별도의 특별 상여금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삼성은 내년 초 올해 실적을 평가, PS와 PI를 지급할 예정이며 PI는 월급여의 50∼1백50%, PS는 최고 연봉의 50%까지 각각 준다.

올해 경영실적이 가장 좋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부문과 무선사업부문 등은 최고등급의 PS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 과장급은 2천만∼2천5백만원을, 부장급은 3천만원 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표재용 기자

pjyg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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