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추 '제2 히딩크' 야망 코엘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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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 이후 공석이던 한국 축구대표팀(A팀) 감독 후보가 두명으로 압축됐다. 대한축구협회는 23일 "브뤼노 메추(48·전 세네갈 축구대표팀 감독)와 움베르투 코엘류(52·전 포르투갈 축구대표팀 감독)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히고 "조만간 기술위원회를 열어 최종 협상 대상자를 정한 뒤 내년 1월 계약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새 감독은 내년 3월 29일 국내에서 열리는 콜롬비아와의 평가전부터 대표팀을 지휘하게 된다.

축구협회는 이번 월드컵 본선 참가 31개국(한국 제외)감독과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출전 감독,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 출전 감독 등 모두 61명의 후보 가운데 내부 검토 및 본인 의사타진을 거쳐 메추와 코엘류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축구협회는 ▶출신지역(유럽 선호)▶검증된 지도력▶히딩크 전 감독 등의 평가▶본인 의사▶현재 계약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후보가 아홉명으로 압축된 3차 검토까지 로저 르메르 전 프랑스 감독·레이카르트 전 네덜란드 감독 등도 후보 물망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메추는 히딩크 감독과 함께 한·일 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스타 감독이다. 그는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세네갈을 8강까지 끌어올렸다. 개막전에서 '거함' 프랑스를 침몰시켰고, 16강전에서는 '죽음의 F조'를 헤쳐나온 스웨덴을 격파했다. 월드컵에 앞서 벌어진 올해 초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도 세네갈을 결승까지 진출시켰다.

메추는 한마디로 맏형 같은 감독이다. 또 딱딱한 위계질서보다 상호 존중에 기초한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그의 이런 면모는 지난해 10월 세네갈 감독으로 부임한 뒤 대표팀을 첫 소집하는 과정에서부터 잘 나타났다. 조국보다 돈을 좇는 세네갈 출신 프로선수들을 불러오기 위해 직접 프랑스로 건너가 엘 하지 디우프와 앙리 카마라를 설득해 대표팀에 합류시켰다.

세네갈을 맡은 뒤 자신이 한때 몸담았던 프랑스 세당팀으로부터 좋은 조건으로 감독직을 제의받았지만 이를 거절했고, 세네갈 출신의 여자와 결혼, '흰 피부에 검은 영혼을 지닌 감독'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월드컵 직후 내년까지 임기가 남은 세네갈을 떠나 아랍에미리트(UAE)의 알아인팀 감독으로 취임했다.

포르투갈에서는 올해 초 '포르투갈 근대축구를 빛낸 선수'10인이 선정, 발표됐다. 루이스 피구·루이 코스타 등 '황금세대'선수들이 즐비한 가운데 코엘류라는 이름이 눈길을 끌었다. 70년대 포르투갈 대표팀 부동의 수비수였던 코엘류는 64년 선수생활을 시작, 85년 은퇴할 때까지 소속팀(벤피카)에 15차례의 우승을 선사했다.

포르투갈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거쳐 97년 포르투갈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코엘류는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2000)에서 포르투갈을 16년 만에 4강에 진출시켰다. 특히 0-2로 뒤지다 3-2로 대역전극을 연출한 잉글랜드와의 예선전은 코엘류의 용병술을 유럽무대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유로2000 직후 모로코 대표팀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코엘류는 이번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예선 C조에서 메추가 이끈 세네갈과 나란히 4승3무1패를 기록했지만 골득실에서 뒤져 본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코엘류는 70년대 초 벤피카에서 뛸 당시 한국을 방문, 당시 청룡·백호팀과 경기를 가진 바 있고 지난해 두바이 4개국 대회 때는 모로코를 이끌고 히딩크 감독의 한국과 맞서 1-1로 비긴 바 있다.

<메추 프로필>

▶출생=54년 1월 28일 프랑스▶선수 경력=던커크(프랑스)·안더레흐트(벨기에)·릴·발렌시엥·니스·보배(이상 프랑스)▶감독 경력=보배·발렌시엥·세당(이상 프랑스)·세네갈대표팀·알아인(UAE)▶국가대표 경력=없음▶주요 경력=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준우승·월드컵 8강(이상 세네갈)

<코엘류 프로필>

▶출생=50년 4월 20일 포르투갈▶선수 경력=라마우덴세·벤피카(이상 포르투갈)·파리 생제르맹(프랑스)▶감독 경력=살게이로·브라가(이상 프랑스)·포르투갈대표팀·모로코대표팀▶국가대표 경력=64경기에 출전해 6골 ▶주요 경력=클럽우승 15회·유로2000 3위(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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