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만에 18만 명 … 연내 100만 대 넘을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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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호 22면

아이폰4 예약을 받기 시작한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예약하려는 고객들이 아이폰4 가입조건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6시. KT는 온라인으로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예약자 수는 여섯 시간 만에 10만 명을 넘어섰다. 21일까지 예약된 것만 18만여 대. 모든 예약자가 제때 단말기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할 지경이다. 드디어 국내 출시를 시작한 애플 ‘아이폰4’ 얘기다. 우려 반 기대 반의 예상을 깨고 나흘 만에 20만 명 가까운 예약자가 몰렸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사장은 “예약자가 다음 달 중 단말기를 받을 수 있도록 물량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이폰3보다 뜨거운 아이폰4 예약 열기

"고객은 상품이 아니라 스토리를 산다"
아이폰3GS가 선을 보인 것은 지난해 11월. 당시 예약자는 첫날 1만4500명, 닷새 동안 모두 6만5000명이 예약했다. 하지만 이번에 아이폰4는 6만 명을 넘어서는 데 네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초반 열기가 뜨겁다는 얘기다. KT는 아이폰의 인기를 ‘경험경제’ 이론으로 설명한다. 앨빈 토플러가 처음 내놓은 이 이론은 고객이 상품이 아니라 스토리와 경험을 산다는 이론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애플은 단순한 사용법과 일관성이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아이폰3GS를 써 본 사람은 아이폰4도 금방 적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번 애플 기기를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다시 애플 제품을 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아이폰3GS가 9개월 만에 85만 대 이상 팔린 점을 감안하면 아이폰4의 인기는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아이폰의 인기는 두 달 전 판매를 시작한 미국도 뜨겁다. 예약 첫날 AT&T에는 60만 명의 예약자가 몰렸다. 실제 판매 때는 첫 주에 170만 대가 팔렸다. 지금까지 500만 대 정도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휴대전화 시장 규모는 연간 2억 대로 한국의 10배 규모다. 이를 감안하면 아이폰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를 끈 셈이다. 미국에서 아이폰4가 발매될 무렵 국내에 선을 보인 갤럭시S는 예약판매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판매 첫날 1만 대가 다섯 시간 만에 팔렸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갤럭시S는 국내에서 두 달 만에 80만 대가 팔렸다. 아이폰4도 이 정도 성적은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예측이다. IT전문 컨설팅업체 로아그룹은 “최대 100만 대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스 그립’ 논란 구매에 영향 못 줘
아이폰4는 단말기 좌측 하단에 손이 닿으면 전파 수신율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데스그립’ 논란에 시달렸다. 미국의 온라인 IT전문업체인 인가젯·기즈모도 등이 실험한 결과 안테나에 손이 닿으면 수신 감도가 20㏈(데시벨) 가까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파의 세기가 거의 100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급기야 스티브 잡스는 지난달 “9월 말까지 범퍼 케이스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국내에서도 발매를 앞두고 수신율 논란이 거셌다. 하지만 KT는 국내에서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표 사장은 “미국은 기지국이 우리처럼 촘촘하지 않고, 전파 세기가 약한 곳이 많아 발생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와 이동통신 환경이 유사한 일본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국내 테스트 결과도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출시가 늦어진 탓에 일부 사용자는 무료 케이스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애플코리아는 “케이스를 다음 달까지만 제공한다는 본사 정책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고 밝혔다. KT는 애플 정책을 따를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무료 케이스를 받으려면 아이폰4를 서둘러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 예약자가 몰리다 보니 예약을 하고도 다음 달에 받지 못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아이폰3GS의 경우 한 달에 20만 대를 판매한 적도 있어 다음 달 중 아이폰4 예약물량 개통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지난달 17일 아이폰4 출시가 지연된다고 발표하면서 “두 달을 넘기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추석 전주에는 선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날짜를 넘겼을 때 무료 케이스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답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올해 500만 대 달할 듯
아이폰은 한국의 휴대전화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스마트폰의 보급이 눈에 띄게 늘었다. 아이폰이 판매되기 전까지 스마트폰은 일부 매니어의 전유물이었다. 그때까지 팔린 스마트폰을 모두 합쳐봐야 50만 대 안팎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이폰3GS vs 옴니아2’ ‘아이폰4 vs 갤럭시S’의 경쟁 구도가 불붙으면서 올해 말까지 스마트폰 판매량은 500만 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아이폰은 ‘스마트폰은 어렵다’는 통념을 부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채택한 제품도 잇따라 나오면서 쓰기 어려운 윈도모바일을 대체했다.

이와 함께 비싼 요금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을 없애는 데도 아이폰이 일등공신이 됐다. 아이폰4의 가격은 내장메모리 16기가바이트(GB) 제품 기준으로 81만4000원. 월 4만5000원짜리 ‘i라이트’ 요금제로 2년 약정하면 55만원을 깎아 준다. 남은 단말기 값은 월 1만1000원씩 나눠 낼 수 있다. 결국 한 달에 세금 포함해 6만원 남짓을 내야 아이폰4를 쓸 수 있다. 단말기를 살 때는 부담이 거의 없다. 익명을 요청한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이폰 출시 이후에 소비자들이 월 6만~7만원의 요금을 내는 데 익숙해졌다”며 “덕분에 우리도 비슷한 조건으로 옴니아2·갤럭시S를 내놓아 1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스마트폰의 인기는 ‘모바일인터넷’ 세상으로 이어졌다. KT의 집계에 따르면 아이폰3GS의 무선데이터 사용량은 기존 휴대전화의 21배에 달한다. 기존 단말기보다 웹 서핑이 쉽고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뱅킹·쇼핑 등의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정상적으로 비싸던 무선데이터 요금이 급격히 떨어졌다. KT는 월 4만5000원 요금제를 쓰면 음성통화 300분, 문자메시지 200건과 함께 500메가바이트(MB)의 데이터통신 용량을 준다. 인터넷 수천 페이지를 볼 수 있는 용량이다. 무선데이터만 따지만 요금이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SK텔레콤도 태도가 확 바뀌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만원에 30MB의 비싼 무선데이터 요금을 고수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월 5만5000원만 내면 무제한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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