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키운 '惡의 축' 지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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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오늘날 우리 언론의 국제뉴스에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해외 정치지도자 중의 한 명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꼽은 이래 미-이라크전의 발발 여부가 세계 경제의 주요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신상이나 정치역정에 관해선 미치광이 독재자란 정도만 알려져 있는데 팔레스타인 출신의 영국 언론인이 쓴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상당 부분 덜어 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최극빈층에서 태어나 계부 슬하에서 자란 어린 시절, 외삼촌의 지도로 정치에 눈을 떠 20세 전에 카셈 대통령 암살시도에 가담하고 이집트에서 망명생활을 했던 청년기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야기다.

바트당 가입, 1963년 군사쿠데타 지도자인 바크르장군의 추천으로 중앙무대에 입신하여 정적들을 제거하고 권력을 쥐기까지가 서방언론의 시각을 벗어난 중립적 입장에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와 함께 20세기 초반 이라크를 지배했던 영국의 폐해, 공산주의의 침투를 막고 원유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 등이 곁들여져 중동현대사의 이해를 돕는다.

결론은 미국이 후세인을 키웠다는 사실이다. 1950년대 후세인의 이집트 망명시절 미 CIA가 접촉했던 것, 이란의 호메이니가 득세하자 "미치광이보다 망나니가 낫다"는 이유로 무기 등을 지원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도록 하는 과정 등이 오늘날의 후세인을 낳았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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