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영국 석유업체 적대적 M&A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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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석유공사가 영국 에너지 기업의 공개 매수에 나섰다.

석유공사는 20일 영국의 석유 탐사 및 개발업체인 다나 페트롤리엄 주식을 공개적으로 인수하겠다고 런던 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인수 가격은 주당 18파운드(약 3만3100원)로, 이 회사의 보통주와 전환사채까지 100% 인수할 경우 전체 매수금액은 18억7000만 파운드(약 3조4400억원)에 이른다. 석유공사는 영국 증권거래 규정에 따라 주주들에게 공개 매수 제안 문서를 발송했으며, 이미 48.62%의 주주로부터 주식을 팔겠다는 의향서(LOI)를 확보한 상태다.

다나는 영국의 북해와 이집트·북서 아프리카 등 36개 지역에서 총 매장량 2억2300만 배럴에 이르는 유전을 보유해, 하루 3만8700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 6월부터 다나를 상대로 인수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최근 인수가격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되자, 석유공사가 공개 매수에 나선 것이다. 익명을 원한 석유공사 관계자는 “다나를 인수하면 원유 자주개발률(전체 수입량 가운데 자체 지분 보유 유전에서 생산한 비율)이 10%를 넘게 된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뉴스분석] 석유공사, 적대적 M&A 왜

비싸도 실익 큰 ‘생산 중 유전’사자는 포석

석유공사가 해외 유전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동안에도 석유공사는 유전 확보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주로 개발도상국 유전의 개발권을 따내거나 지분을 일부 사들였다. 이미 생산단계에 있는 유전은 비싸 석유공사의 자금력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이 컸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탐사 도중에 실패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 들여오는 원유 가운데 한국이 지분을 보유한 유전에서 생산된 비율(자주개발률)은 2007년까지 4% 수준에 머물렀다.

2008년 이후 약간 변화가 생겼다. 이미 생산 중인 유전이나 그런 유전을 보유한 외국 회사를 인수하는 데 더 힘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돈은 훨씬 많이 들지만 당장 자주개발률이 확 올라간다. 개발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지난해 인수한 캐나다의 에너지 기업 하베스트가 대표적이다. 심해 유전개발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하베스트를 인수하자 최근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ADNOC)로부터 기술제휴 요청을 받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정우진 자원개발실장은 “생산광구를 보유하고 있어야 현금이 들어와 추가 개발이 가능하고, 생산된 기름을 중심으로 비즈니스가 생기기 때문에 생산광구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가 타깃으로 꼽은 영국계 다나는 자산 구성이 좋은 회사로 꼽힌다. 북해와 이집트 등 아프리카에서 36곳에 이르는 유전을 보유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런 유전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개발권을 따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모기업을 인수하면 이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6월부터 이 회사 인수에 공을 들였다. 지난달 말에는 주당 18파운드의 가격을 제시하면서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다나 측이 “최근 북해에서 개발한 유전의 가치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거부하면서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 이에 따라 아예 공개 매수에 돌입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런던 주식시장에서 다나의 종가는 17.91파운드였다. 석유공사가 제시한 18파운드(약 3만3100원)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이다. 올해 주가 평균은 12.5파운드였지만 최근 인수협상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이미 주주의 48.62%가 주식 매각에 동의한 상태여서 공개 매수는 큰 무리 없이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사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이다. 석유공사 측은 “인수 목표가 자주개발률을 최대한 높이는 것인 만큼 가능한 한 많은 지분을 확보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론 런던 증시 상장폐지 요건인 1대 주주 지분율 75%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개 매수에 성공하면 필요한 돈은 최대 3조4400억원이다. 보통주와 전환사채까지 100% 포함한 주식 총가치다. 석유공사는 내부 자금과 차입금으로 해결할 예정이다. 차입금에 대해선 이미 금융회사들과 협의를 마친 상태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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