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의 응원가 시상식 배경음악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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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은 브론즈볼 발표와 시상으로부터 시작해 홍명보는 가장 먼저 소개돼 첫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홍명보는 브론즈볼에 이어 월드컵 최고인기상 수상자로도 나서 단상에 두 차례 올랐는데, 소감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모두 "고맙다(생큐)"고 짧게 답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홍명보는 "미리 몇가지 말을 준비했지만 하지 않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시상식 사회를 맡은 우르스 린지 신임 국제축구연맹(FIFA) 사무총장은 "이번 월드컵에서는 한국·터키의 4강 돌풍과 프랑스·아르헨티나의 조별리그 탈락 같은 이변이 겹쳤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홍명보와 한국팀의 수상 내역이 발표되는 순간 행사장 내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는 지난 6월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이 활약하는 모습이 비춰졌으며, 특히 일본과 공동수상한 올해의 페어플레이상 시상 때는 길거리와 월드컵 경기장에서 들렸던 "한국 우우∼우우우∼"하는 응원가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와 아직도 국제 축구계가 한국민들의 응원열기를 기억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시상식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호나우두·지네딘 지단·올리버 칸 등 FIFA 올해의 선수 후보 세 사람은 모두 "누가 수상자가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단은 "모르겠다"고 짧게 대꾸했고, 이어 호나우두는 "누가 받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칸은 "후보자들이 저마다 특성이 있고 맡았던 역할이 달랐기 때문에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호나우두가 수상자로 뽑히자 지단과 칸은 "그럴 줄 알았다. 당연한 결과"라고 대답을 바꿨다.

○…시상식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때문인지 기자회견장에 운집한 스페인 기자들은 레알 마드리드 소속인 호나우두와 지단에게는 "마드리드에서의 생활이 어떤가" "서로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만약 수상자가 된다면 어떤 말로 소감을 피력할 것인가" 등 호의적인 질문을 던진데 반해 칸을 향해서는 "자신의 별명(고릴라)을 잘 알텐데 그런 표정과 자세가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데 도움이 되나" "나이가 많은데 레알 마드리드에서 뛸 수 있겠나"는 등 인신공격에 가까운 질문을 던졌다.

○…월드컵 브론즈볼(홍명보 개인수상)·월드컵 최고인기상·FIFA 페어플레이상 등 세 부문에서 상을 받은 한국과 올해의 페어플레이상 만을 한국과 공동수상한 일본이 시상식 참석자 숫자에서 묘한 대조를 이뤄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 홍명보·가삼현 대한축구협회 국제국장·정재훈 국제국 과장 등 세 사람만 단촐하게 참석한 반면, 일본은 오카노 준이치로 일본축구협회 명예회장·오구라 준지 부회장 부부·히라타 다케오 전무 등이 수행원들과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번 행사의 참가비 일체는 FIFA에서 부담했다. 가국장은 "정몽준 회장의 불참에 대해서는 FIFA측의 양해를 얻었다"고 말했다.

마드리드=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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