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중앙시조대상]대상·신인상 심사평:인간 내면의 표출 눈부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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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앙일보사가 애정과 정성, 그리고 인내심을 지니고 추진해온 사업의 하나인 중앙시조대상이 올해로 21회를 맞았다. 중앙일보사에 감사한다. 2002년도의 시조단을 총결산하는 중앙시조대상은 그러기에 시조단 최고의 영예를 지닌다.

중앙시조대상의 심사기준은 무엇보다 작품성에 두었지만 특히 대상은 원숙성과 완결미가, 신인상의 경우 시도성과 신선미가 각각 적용되었다. 올해 본심에는 대상후보 13명과 신인상후보 14명이 올랐다. 이 작품들을 탐독한 연후에 심사위원이 각각 2명씩 수상후보를 투표토록 했다. 그 결과 2명의 수상후보로 각각 압축되었다. 이를 다시 열띤 토의 끝에 전원합의를 통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영예의 대상엔 '원에 관하여·5'의 이정환, 신인상엔 '아내의 잠'의 정휘립으로 수상자가 결정되었다. 최종심에서 신인상의 경우 박명숙·이달균·신양란 등의 역량이 긍정적으로 언급되었다.

대상수상작 '원에 관하여·5'는 그가 이미 시도한 연작 형태 장시조의 일부이다. 그의 시조는 정신의 깊이에 대이는 감성의 바탕 위에 우리의 삶을 아우르는 작업이 원(圓)이라는 또는 원(願)이라는 큰 둘레 안에 꿈틀대며 숨쉰다. 호미·삽·괭이·쟁기·낫 등 아직까지 쓰이는 연장들로 독립된 단시조의 이미지가 큰 하모니를 이루며 인간의 내면을 눈부시게 일구어 나가고 있다. '쟁기'에서 '속살 드러내며 젖은 흙 뒤집힐 때''몸 속의/피의 길도 이 봄/거꾸로 흐르고 흐를'과 같은 진한 감성, 옹골찬 시정신을 내비치고 있다. 작자는 직조능력이 빼어나다.

신인상의 정휘립은 '아내의 잠'을 통하여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남도 어촌의 생활을 아내를 통해 구현하고 형상화하여 '햇살로 점점이 녹는 비닐창 서리꽃에''그 잠은 얼마나 깊은지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와 같은 뛰어난 서정의 파장을 이끌어 선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영예의 수상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본심 심사위원

<김제현·이상범·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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