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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침몰한 유조선이 주가 띄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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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올 들어 계속 고전하던 조선업종이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달부터 업황 호전 기대감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11월 19일 이후 지난 13일까지 36% 올랐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같은 기간에 각각 39%, 33% 상승했다. 현대미포조선 역시 5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래프 참조>

이 기간에 종합주가지수는 6% 오르는 데 그쳤다. 지수 상승률을 훨씬 웃돈 셈이다. 이처럼 조선업종이 가파르게 오른 이유는 크게 나눠 세 가지다.

첫째, 지난달 19일 스페인 인근 해역에서 7만7천t의 중유를 싣고 가던 단일선체 유조선 프레스티지호가 침몰하면서 향후 선박 발주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단일선체란 선체의 외피가 한 겹인 배로 유조선이 좌초할 경우 기름이 곧바로 유출돼 환경을 크게 훼손하게 된다. 이와 관련,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단일선체 유조선이 해안선에서 2백마일 이내로 들어올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우증권 조용준 연구원은 "전 세계 유조선의 52%가 단일선체인 만큼 향후 조선업체들이 이중 선체 선박 수주로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둘째, 조선업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배 값(船價)이 바닥을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우선 선가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해운업체 운임이 크게 오르고 있다. 동원증권 강영일 연구원은 "대개 운임이 오르면 해운업체들이 선박 발주를 늘린다"며 "향후 선가가 바닥권에서 벗어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국민통합 21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것도 조선주 약진에 힘을 보탰다. 우리증권 이종승 연구원은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의 주가 상승률이 다른 조선주보다 높은 것은 정치적 악재가 해소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업종 업황 및 주가 전망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표 참조>

우리증권 李연구원은 "노후선을 대체하기 위한 선박 발주가 이미 많이 이뤄졌다"며 "선박 침몰 사건이 업황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LG투자증권 송재학 연구원은 "세계경기 회복이 가시화하는 내년 2분기 말에나 조선업황이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조선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비해 현재 주가 수준이 낮다며 투자에 나서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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