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서울은행FA컵]수원 축구 '왕중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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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이후 첫 FA(축구협회)컵 우승. 지난해와 올해 국내 대회 무관에 그친 한풀이.

수원 삼성이 15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A컵 결승에서 산드로의 결승골로 포항 스틸러스를 1-0으로 꺾고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한 올해 성인축구의 '왕중왕'에 등극했다.

여러 모로 의미가 많은 우승이었지만 수원으로서는 팀 컬러를 바꿔나가는 과정에서 얻어낸 결과여서 감격이 더 컸다. 수원은 공격형 미드필더 고종수-데니스로 대표되는 '화려하고 공격적인 축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가비-김진우가 중심을 잡는 '끈끈하고 실속있는 축구'로 이행하는 과정이었다. 일자 포백 수비라인을 위로 바짝 당겨 공격 지향으로 나갔던 수원은 골을 많이 넣는 반면 숱하게 실점 위기도 맞는 팀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수원은 스리백을 놓고 그 위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두터움'을 앞세워 '적게 넣고 적게 먹는'팀으로 바뀌었다. 그 결과는 이번 대회 '무실점 우승'으로 1차 달성됐다.

팽팽한 접전을 예상했던 결승전은 미드필더들의 공격 전개 능력 차이로 인해 일방적인 승부가 되고 말았다. 수원은 가비와 김진우가 중원에서 좌우 사이드와 가운데로 적절한 패스를 갈라주며 활기찬 공격을 펼쳤다.

전반 14분 산드로의 강력한 오른발 슛이 포항 골키퍼 김병지의 선방에 걸린 수원은 5분 뒤 기어코 결승골을 빼냈다. 포항 페널티라인 안에서 높이 뜬 공을 골키퍼 김병지가 손으로 툭 쳐낸 뒤 이를 잡으려고 뛰어갔으나 이병근이 한발 앞서 공을 차올렸다. 이병근이 재차 오버헤드킥한 공이 빗맞아 골라인 쪽으로 흐르자 김두현이 재빨리 안쪽으로 크로스, 산드로가 텅빈 골문을 향해 오른발로 가볍게 차 넣었다.

포항도 반격에 나섰지만 공격형 미드필더 윤보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흐름이 엉켰다. 단조로운 측면 돌파와 롱패스로는 수원의 촘촘한 수비망을 허물 수 없었다. 이동국은 부지런히 뛰어다녔지만 혼자 힘으로는 수비진을 허물 수 없었다.

포항은 후반 16분 레오와 최종범을 동시에 투입, 활발한 측면 돌파로 상황을 타개해보려 했다. 그러나 마무리 능력이 떨어졌다. 오히려 서정원·조현두·이기형·산드로의 정확한 슈팅을 김병지가 막아내 추가 실점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수원은 우승 상금 1억원을 받았고, 최우수선수(MVP)에는 서정원(수원)이 뽑혔다.

서귀포=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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