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시장 틈새 뚫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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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대형 유통업체들의 잇따른 공세 속에 중형 할인점이 독특한 영업방식으로 성장을 거듭해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를 중심으로 한 할인점 ㈜빅마트(사장 河尙容·42)는 1995년 창사 이래 거의 매년 한곳 꼴로 점포를 열었다. 그동안 광주 9곳·전주 1곳 등 10개 매장을 냈다. 올해 매출액은 2천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매출규모 등에서 이 지역에 진출한 대형 유통업체들과 어깨를 견주며, 지역경제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

빅 마트의 河사장은 주변 사람들이 편안하게 갈만한 시장이 없다는 데 착안했다. 백화점은 부담스러워하고, 재래시장은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 저렴한 가격으로 편리한 장보기를 할 수 있는 할인매장에 착안했다.

"지방으로 내려올수록 품질 대비 가격이 높은 데 놀랐어요. 영암에서 나는 무·배추·수박이 서울 물류센터로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 소비되는 유통구조 때문이었지요. "

그는 가격경쟁력에 사업의 성패를 걸다시피했다. 개점 초기부터 최저가 품질보장제를 들고나왔다. 최저가를 지키기 위해 농·수·축산물은 산지에서 구매하고, 공산품도 도매업자를 통하지 않고 제조업체와의 직접거래를 원칙으로 했다.

일반 가정에서 한달에 한번 이상 구매하는 쌀·맥주·삽겹살 등 52가지 품목을 정했다. 다른 경쟁 할인점에서 일주일에 두번씩 이들 제품을 직접 사 보면서 빅마트보다 더 싸게 판매하는 곳이 있을 경우에는 즉각 가격을 내렸다.

다른 경쟁 할인점들의 매장 규모가 2천5백평∼4천5백평인데 반해 빅마트는 1천평 안팎의 중형을 기준 삼아 초기 투자비용을 줄였다.

수도권의 신도시와 달리 광주 신도심 택지개발지구 안 거주자가 대체로 1만가구 정도인 것을 감안, 경쟁력을 가질 만한 적정규모 매장을 1천평 안팎으로 판단했다. 상권의 범위를 택지지구 안 반경 2.5㎞로 보고 단골고객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경쟁업체들이 가전·의류·생식품 순으로 매장을 구성한 것과 달리 빅마트는 야채·과일·생선 등 생식품 위주로 판매전략을 짰다. 주로 주부로 구성된 시간제 사원은 상권 안 주민 중에서 채용, 기계적인 친절보다 이웃집 아주머니의 친근함과 재래상인의 수더분한 인상을 앞세웠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판매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욕구도 매장에 더 잘 반영됐다. 점포 점장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10여명의 주민들과 좌담회를 갖고 불편사항 등을 듣고 고쳐 나갔다.

물건 영수증에는 점장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찍히도록 해 언제든지 불만이 있으면 한밤중이라도 달려 나가도록 했다. 택지 지구별로 소비자들의 욕구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이에 맞춰 상품구성 등 점포별 특성을 다르게 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농산물▶수산물▶축산물▶가공식품▶생활용품▶의류 등 6개 판매단위별로 손익을 따져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팔리지 않는 상품은 매장을 차지하도록 그냥 놔두지 않는 것도 특색이다. 그리 크지 않은 매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만 있어야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3개월 단위 실적을 기준으로 15% 정도 교체하고 있다.

현수막 등을 통해 직접 광고하는 것을 포함해 물건을 통해 보여주고 얘기 하려 애쓴다.

또 미래 고객에 대응하기 위해 당장 수익에는 배추가 도움이 된다고 해도 절임배추나 아예 김치로 담가 판매하는 방식에 비중을 두고 있다.

河사장은 "올해 김장시장에서 빅마트의 가장 큰 경쟁자는 '친정어머니'였어요. 친정어머니가 김장을 담가 해다주니 우리 주고객인 30대 주부들이 김장을 하지 않더라는 말이지요. "

그는 지역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광주공원 안에서 노인들에게 무료 급식을 해주는 사랑의 식당에 최근 5년간 매월 3백만원씩 전달해왔다. 河사장은 "시장을 좁혀 1등을 한다는 신조로 광주 등 호남지역에 30개 점포를 내겠다"고 밝혔다.

광주=천창환 기자

chunc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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