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오피스텔·다가구주택 팔고 새 역세권·서울 중소형 아파트로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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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경기도 김포에 사는 회사원 金모(39)씨는 지난 3월 분양받은 인천 서구 당하지구 P아파트 33평형을 최근 팔고 인근 검암지구 S아파트 32평형 분양권을 매입했다. 검암지구가 2005년 개통될 예정인 인천공항고속전철 경서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역세권이어서 투자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金씨는 "두 아파트의 시세가 1억5천만원대로 비슷하지만 검암지구가 더 각광을 받을 것 같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내년 부동산 시장이 전체적으로 보합세 속에 상품·지역·평형 별로 차별화 양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자 부동산을 갈아타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입지 여건이 좋지 않은 부동산은 팔고 개발예정지나 신흥 역세권 등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쪽으로 옮기고 있다. 인기지역 부동산은 경기가 위축돼도 대기 매수세력이 두텁고 가격 하락폭도 작아 위험관리 차원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미래부동산중개사무소 장정태 사장은 "내년에 부동산 경기가 올해보다 못할 것인데 이럴 경우 오르는 곳만 오르는 지역 양극화현상이 뚜렷할 것"이라며 "이번 겨울에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지역 부동산은 처분하겠다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수도권 외곽지역에 2∼3개의 분양권을 보유한 투자자들 중에는 이를 팔아 서울 지하철 9호선(예정) 등 개발재료가 많은 지역의 중소형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수요도 나타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는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값 상승률이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내년엔 서울(2%)이 수도권(1%)보다 배 이상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산신도시 소망공인 김근영 사장은 "내년 시장여건이 나빠지면 중도금 무이자 융자 혜택으로 가수요가 많이 붙은 수도권 분양권·오피스텔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 일부 발 빠른 투자자는 일단 이들 부동산을 싸게 처분한 뒤 새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아파트 공급이 많은 용인에선 50∼60평형 분양권을 팔아 인근 토지나 강남 재건축아파트, 강북 뉴타운으로 투자처를 옮기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용인 수지의 한 중개업자는 "대형아파트 분양권은 프리미엄이 거의 붙지 않아 양도세부담이 없기 때문인지 거리낌없이 처분하려고 한다"며 "매물이 워낙 많아 거래는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과잉 논란을 빚고 있는 다가구주택을 팔고 상가주택이나 아파트로 옮기려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서울 강남구 신사동 신현대공인 하태실 실장은 "2∼3년 전만 해도 아파트를 팔고 다가구주택을 매입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요즘은 정반대"라며 "임대수익률이 예전같지 않은 데다 향후 전망도 어둡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강현구 팀장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땐 도심의 환금성이 높은 부동산이 낫다"며 "하지만 인기지역 부동산 값이 오를 대로 오른 데다 양도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을 수 있으므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원갑 기자

w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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