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공연형식 시도·테크놀로지 접목 '무대'밖으로의 도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5면

무용계 여러 부문의 지각변동이 어느 때보다 컸던 한해였다. 정형화한 공연양식을 벗어난 실험 공연과 멀티미디어 아트의 발달로 인한 크로스오버 작업의 증가, 지방 무용계의 성장, 차별화를 통한 페스티벌의 활성화와 국제교류의 다양화, 무용교육을 포함한 춤 정책에 대한 위기의식 대두 등이 지각변동의 주요 내용들이다.

객석을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도록 해 관객들의 시선을 다변화한 공연(댄스 컴퍼니 조박), 토털미술관의 9개 공간을 무대화해 이동을 통한 특별한 체험을 유도한 공연(손인영 NOW무용단), 웹 아트와 디지털의 만남을 시도한 공연 (별오름 프린지) 등 테크놀로지와 무용의 접목을 통한 실험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국제현대무용제(Modafe 2002)는 최신 유럽 무용의 소개 창구로,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는 아시아 연합, 일본과 한국의 합작 공연 등으로, '탄생 90년 최승희 국제무용축제'는 최승희 춤 관련단체와 학자, 직계 제자 등을 최초로 한자리에 불러들여 국제교류를 주도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네덜란드 댄스 시어터·스페인 국립무용단·이스라엘 바체바무용단·러시아 보리스 에이프만발레단의 내한 공연은 안무가의 독창성과 음악과 몸의 황홀한 만남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무용수들의 기량 외에도 음악·무대미술·조명 등 무용 프로덕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태프들의 역량이 크게 향상되었고 안애순·홍승엽·김원·박호빈·김은희·김나영 등 독립 안무가들, 김현자·박인자 등 중견, 김혜숙·홍혜전·이경은 등 신인 안무가들의 작업이 특히 주목을 끌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는 특히 지방 무용계의 활성화에 기폭제가 됐고 광주·대전·울산·인천 시립무용단의 활발한 활동도 지역 무용 발전을 선도했다.

문예진흥원에서 시행한 신진예술가 지원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고, 문화관광부와 각 시·도가 지원주체인 무대예술지원사업도 창작 활성화에 기여했다.

이밖에 직업무용단체들의 노조 설립, 40년 숙원사업인 무용 교과목 독립을 위한 전국 무용인 결의대회 개최 등 현안에 대한 무용계의 적극적인 대처방안 변화는 향후 춤 문화를 크게 변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올 한 해 가장 큰 이슈였다.

장광열<무용평론가,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