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소음 규제 원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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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여년 논란 끝에 마련된 아파트 층간 소음 규제안이 원점에서 재검토되게 돼 내년 12월 시행이 어렵게 됐다. 지난달 14일 입법예고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개정안에 대해 건설교통부와 환경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입법예고 시한(5일)을 넘겼기 때문이다.

건교부는 당초 물건이 떨어질 때 나는 소리인 경량충격음은 58㏈(데시벨), 어린이가 뛸 때 나는 소리인 중량충격음은 50㏈ 이하로 하는 안을 제시했다. 또 이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를 가장 낮은 단계로 한 4단계 등급제를 도입,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해 소음을 줄이자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건교부안보다 5㏈을 더 낮춰야 하며 당장 반영이 어렵다면 5년 내에 하한선 기준을 강화한다는 것을 개정안에 명문화하자고 주장했다. 또 등급제를 도입해도 가장 낮은 단계의 아파트에는 주로 서민들이 입주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효과가 없다고 맞섰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최종 의견을 5일 건교부에 전달했다. 건교부는 이에 대해 "기술발전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5년 뒤의 기준을 미리 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건교부 안을 적용할 경우 기존 건물의 절반 가량이 기준에 미달하고 분양가는 평당 5만∼14만원 오르게 된다. 반면 환경부안은 기존건물의 90%가 기준에 미달하며 분양가가 평당 20만원 이상 오른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당초안을 근거로 대한주택공사 등에서 11억원을 들여 실시할 계획이던 설계변경 연구를 일단 연기했다.

이에 대해 주거문화개선 시민운동본부 홍성표 대표는 "어렵게 정한 규제안을 미루기보다 부처 간 타협을 통해 우선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건교부안으로 시행하되 일정 기간 후 강화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fili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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