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예술 경영’으로 소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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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언어의 그늘-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소장품전’이 열리고 있는 17일 오전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실. 보통 사무실에서나 마련되는 기자간담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바로 ‘예술 경영’ ‘감성 경영’을 통해 임직원·고객과 소통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최은영(48) 한진해운 회장이 기자들과 색다른 장소에서 만남을 가진 것이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스페인 남부 지브롤터해협의 알헤시라스항에 전용터미널을 연 것을 기념해 이번 전시전을 후원하고 있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오른쪽에서 첫째)이 17일 경기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언어의 그늘-바르셀로나전’에서 기자들과 함께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한진해운 제공]

최 회장은 2007년 경영에 참여한 이후 매달 한 번씩은 직원들과 저녁 자리를 갖고, 미술전시회 혹은 뮤지컬 공연 관람을 같이하고 있다. 사내에서 호응이 좋아 신청이 밀려 있을 정도다. 밸런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에는 임직원에게 초콜릿을 직접 나눠주고, 임신한 여직원들과는 꼭 식사를 같이하며 격려한다.

최 회장은 올 4월 주요 고객사 관계자 180여 명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으로 초청했다. 최 회장은 직접 고객들을 인솔하며 ‘모네’ 전시전을 관람했다. 그동안 독일 함부르크 쿤스트할레 미술관, 중국 상하이 비엔날레,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서울 덕수궁 미술관 등에서 다양한 예술 마케팅을 펼쳐왔다.

회사 경영 현황과 관련한 솔직한 얘기도 털어놨다. 지난해 ‘노아가 방주를 만든 이후 최악의 불황’이라는 파고를 겪은 한진해운은 올 들어 1분기 흑자 전환에 이어 2분기에는 영업이익 1697억원을 올렸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이제 겨우 회복한 것에 불과하다”며 선을 그었다.

채권단과 맺고 있는 재무구조개선약정 졸업과 관련해 “내년까지 약정이 유효한 상태로 채권단이 미리 졸업시켜줄지는 모르겠다”며 “다만 앞으로 채권단이 일률적 잣대가 아닌 산업별 특성을 감안하고 약정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활동 때문에 바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는 e-메일을 통해 자주 연락한다”며 “나에게 ‘제수씨’라는 표현을 써왔는데, 언젠가부터는 ‘최 회장’이라고 글을 보낸다”고 말했다.

 과천=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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