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서 합병 리셉션·고객초청 송년 음악회… '문화 마케팅' 금융계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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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하나은행은 서울은행과의 합병을 기념하는 리셉션을 6일 오후 6시 덕수궁 옆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연다. 정·관계, 금융계, 재계, 학계, 주요 고객 등 1천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문화예술공간에서 기업이 자체 행사를 갖는 것은 외국에서는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례적이다. 최근 금융기관들이 이처럼 문화행사와 회사 업무를 접목한 문화마케팅을 잇따라 시도하고 있다.

자사 이미지를 높인다는 목적도 있지만, 최근에는 프라이빗뱅킹(PB· 고액자산가 상대 영업)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유층 고객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많이 추진되고 있다.

PB사업에 본격 나선 조흥·외환은행도 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흥은행은 지난달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외제 신차 발표회와 모피 패션쇼를 겸한 자리에 PB 고객들을 초청했다. 오는 26일엔 신라호텔에 PB 고객 2백명을 초청해 성악가 등이 출연하는 디너쇼를 펼칠 예정이다.

외환은행은 PB사업부 주관으로 지난달 21일 방배동 등 강남 지역 PB영업점에서 햇포도로 만든 보졸레 누보 시음회를 열었다. 또 김소월·윤동주 등 한국 대표시인의 시 1백60여편을 묶은 시집 1만부를 제작해 뿌렸다. 본점 1층에는 전시실을 만들어 가을을 주제로 한 25점의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부유층 고객을 상대로 보석감정 강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한미은행은 지난 4일 1억원 이상 맡긴 PB 고객 2백40명을 초청해 조선호텔에서 송년음악회를 열었다.

우리은행은 7일 PB 고객 4백60여명을 불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조용필 리사이틀'공연을 관람케 할 계획이다.

카드사들은 신용불량자를 양산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문화'라는 테마를 활용하고 있다.

외환카드는 오는 20일 예술의전당에서 '불우이웃돕기 송년 음악회'를 개최한다. 삼성카드는 회원들에게 18일과 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되는 '호두까기 인형' '아이리쉬 댄스공연',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글로벌 오페라단의 크리스마스 콘서트'의 입장료를 10∼50% 할인해 준다.

허귀식·김준술 기자

ksl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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