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디바'머라이어 캐리]발라드는영원한나의 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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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두번째지만 여러분들을 직접 만난 건 처음이에요." 12월 1일 서울 논현동 KMTV홀. 머라이어 캐리가 나타나자 홀은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이날 홀을 메운 4백50여명은 '머라이어 캐리'팬사이트 공모를 통해 뽑힌 행운의 열성팬. 그녀에게 줄 선물보따리를 차곡차곡 쌓은 손수레가 그녀에게로 굴러갔고, 그녀가 손을 대자 팬들은 다시 환호를 쏟아냈다. 팬레터를 읽어주는 시간, 마치 연애편지처럼 구구절절 사랑을 토로하는 팬들의 목소리는 달떠 있었다.

팬들 중에는 말끔하게 생긴 젊은 남자들이 유난히 많았다. 얘기 도중에도 머라이어 캐리는 팬서비스를 쉬지 않았다. 그녀는 왼손을 살짝 들고 마치 건반을 치듯 손가락을 허공에서 팔락거리면서 여기저기 눈인사를 보낸다. 그때마다 객석은 마치 그녀의 손길에 감전된 듯 환호했다. 머라이어는 절대적인 지배자요, 팬들은 헌신적인 추종자였다. 마치 종교집회가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머라이어 캐리는 음반사 관계자들 사이에서 '모시기' 가장 까다로운 아티스트다. 17명의 수행원을 거느리고 전용기를 타고 온 것을 보면 까다롭고 돈 많은 세계 정상의 스타임에 분명하다. 그런 콧대 때문일까. 그토록 열성적인 팬들 앞에서 직접 노래하지 않고 '립싱크'로 대신하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었다. 이날 행사가 끝나자마자 KMTV홀 분장실에서 그녀와 마주앉았다.

-팬들과 만난 소감은.

"정말 행복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음악팬들을 직접 만나고 얘기할 기회를 많이 가져봤지만 오늘 이 자리와 같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팬들이 정말 멋지고 열정적이었다."

-"이번 음반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이번 음반엔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담았다. 이를테면, 이 음반에 실린 한곡 한곡은 내 일기장의 한장 한장이나 마찬가지다. '스루 더 레인'(Through The Rain) 등 내 감정에 아주 솔직한 얘기들을 가사로 써내려 갔고, 내가 그동안 겪은 것들을 그대로 표현했다.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만들고, 이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바로 나 자신을 정신적으로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음반 제목이 왜 '참브레이스릿'(Charmbracelet)인가.

"장식이 달려있는 팔찌를 가리킨다. 나는 무작정 카프리 섬으로 달려가 지중해가 멀리 내려다보이는 스튜디오에서 곡을 만들었다. 곡을 만들고 있던 도중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때의 일이 내게 많은 영감을 줬다. 할머니·할아버지, 아버지의 흔적들을 뒤지다가 할머니가 차고 다녔던 참브레이스릿을 발견했다. 나도 참브레이스릿을 좋아한다. 장식품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색깔을 더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이 앨범 자체가 나의 참브레이스릿이고, 장식품 하나하나가 바로 그 곡들이라고 생각했다. 참브레이스릿은 내가 팬들에게 주는 아름다운 선물이기도 하다."

-당신을 흔히 '팝의 디바'로 꼽는다. 역시 디바라 불리는 휘트니 휴스턴이나 셀린 디온과 비교한다면.

"우리 엄마가 오페라 보컬 코치였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나는 '디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가수일 뿐만 아니라 곡을 만들고 프로듀싱도 한다. 이 말을 내가 다른 디바들을 존경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오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송라이터로, 가수로, 그리고 제작자로서 음반 제작의 총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나는 누구보다 음악이 만들어지는 공간인 스튜디오를 사랑한다. 스튜디오는 내 인생의 전부고, 내 고향과 같다. 내가 학교 생활 외에 시간을 보낸 곳은 스튜디오밖에 없다. 그러니까 스튜디오에 들어가 노래만 부르고 나오는 가수하고는 다르다. 음반 제작 전과정에 내가 깊숙이 관여하기 때문에 나는 팬들을 만났을 때 직접 만나는 느낌이 든다."

-자신의 음악 스타일을 스스로 설명한다면.

"음악 스타일도 시대의 흐름을 조금씩 따라가기는 하지만 결국 러브 발라드가 나의 성향이다. 이번 음반의 첫 싱글인 '스루 더 레인'이 러브 발라드다. 나의 데뷔곡인 '비전 오브 러브' 이후로 첫 싱글이 발라드인 적이 없었다는 점에 비하면 이는 예외적인 것이다. 이번 앨범은 내게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갖고 있다. 정서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탄력적인 몸매의 비결은.

"식단을 짜주는 영양사가 있다. 영양사는 항상 '야채를 많이 먹으라'고 조언한다. 출출하거나 짬이 날 때 야채를 챙겨 먹는다. 이번 투어에서도 틈만 나면 올리브·당근·오이·샐러리 등 야채를 컵에 담아 먹고 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Through The Rain

When you get caught in the rain

With nowhere to run

When you're distraught

And in pain without anyone

When you keep crying out to be saved

But nobody comes

And you feel so far away

That you just can't find your way home

You can get there alone, it's ok

Once you say

I can make it through the rain

I can stand up once again

On my own and I know

That I'm strong enough to mend

And everytime I feel afraid

I hold tighter to my faith

And I live one more day

And I make it through the rain

……

●빗속을 헤치고

당신이 빗속에 갇혀 헤어나지 못할 때

혼란에 빠졌으나 누구 하나 곁에 없어 괴로울 때

도와달라고 큰 소리로 울지만 아무도 오지 않을 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집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없을 때

당신 혼자서 찾아갈 수 있어요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한

나는 비를 뚫고 갈 수 있어요

혼자서 다시 설 수 있어요

그리고 알아요 다시 나아질 수 있을만큼 내가 강하다는 것을

두려울수록 나는 더 확신에 차요

그리고 나는 하루를 더 살아요

이 비를 뚫고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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