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인도… 불붙은 기름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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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의 공장'으로 자처하는 중국과 인도가 유전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떠오르는 신흥 경제국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장기적인 에너지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일단 형국은 중국이 유전확보 경쟁에서도 몇 걸음 앞서가고 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지난 16일 자국의 석유.가스업계 회의에 참석해 중국이 앞서가고 있음을 인정하고 인도 기업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두 나라는 앞으로 러시아 석유회사 유코스가 핵심 자회사인 유간스크네프트가스를 매각하는 입찰에서 한판 붙을 전망이다. 양국의 간판 기업인 인도석유천연가스공사(ONGC)와 중국석유공사(CNPC)가 20억달러 규모의 이 입찰에 참여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ONGC의 수비르 라하 사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과 인도가 앞으로 40년간 쓸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경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총력전 펴는 인도=지난 7일 인도 정부와 ONGC 등 국영 석유회사 3사는 뉴델리에서 이란 국영석유회사 측과 총 400억달러 규모의 예비협정에 서명했다.

이란이 인도에 2개의 유전개발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대신 인도가 2009년부터 25년간 이란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연간 750만t씩 구입한다는 계약이었다.

인도 정부는 최근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를 지나 인도 동부에 닿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로 해당 국가들과 합의를 봤으며, 에콰도르 유전에도 지분 참여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와 제휴해 자국의 정유시설을 확장하는 프로젝트도 논의할 참이다. 인도 기업들은 캐나다 회사들이 서남아시아에서 운영 중인 유전에도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급성장 중인 인도는 올해부터 2007년까지 원유수요가 매년 최소한 3.6%씩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도는 에너지 수요의 70%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해외 의존도가 절반도 안됐다. 경제가 빠르게 확장하면서 수요는 늘었으나 자체 유전개발과 해외 유전 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한발 앞선 중국=중국 석유회사들은 지난 2년간 인도네시아.호주 등지에서 유전개발 지분을 사고 미국과 캐나다 에너지 기업에 투자해 왔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은 캐나다의 석유자원회사에 대한 투자를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협상의 타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결론이 날 이 협상에는 CNPC,중국석유화공총공사(CPCC),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 등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의 대형 석유회사 유노콜을 130억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동에 대한 높은 에너지 의존도도 낮춘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 후진타오 주석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앞으로 10년간 유전개발 프로젝트 50억달러를 포함해 총 197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약정서에 서명한 데 이어 지난달엔 베네수엘라 유전개발에 3억5000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뉴욕=심상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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