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주방 기행, 한류스타 미팅 … 타깃 관광이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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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바운드 전문 여행사인 (주)한국국제여행사의 한만진 사장. 그는 올해 초 베이징의 인력공급 전문업체인 페스코(Festco)를 주시했다. 45만 명에 달하는 이 회사 고급 인력을 타깃으로 삼았다. 한 사장이 제시한 상품은 건강검진. 한국에서 관광도 하고 건강검진도 받으란 얘기였다. 페스코는 지난 5월 홈페이지에 ‘한국 건강검진 여행’을 올린 뒤 신청자를 받았다. 7월 40명에 이어 9월엔 그 두 배가 넘는 100명이 신청했다. 성공인 것이다. “건강검진 상품은 일반 상품보다 3000~1만5000위안(약 52만~260만원) 정도 비쌉니다. 그러나 9월 상품은 벌써 다 팔렸어요. 중국의 고소득층에 한국의 건강검진 상품이 통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사장은 곧 ‘암치료 관광상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 관광객들이 16일 서울 롯데면세점 화장품 코너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중국 관광객 유치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타깃 관광’이다. 유명 관광지를 돌던 기존 ‘관광(Sightseeing)’에서 탈피해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 목적’의 상품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눈을 보지 못한 중국 광둥(廣東)성 관광객을 겨냥한 겨울철 스키상품, 중국 상류층 여성을 위한 ‘명품 투어’, 젊은 대학생을 겨냥한 ‘한류 스타와의 하루’ 등. 심지어 “중국의 주부들에게 한국 가정의 주방을 보여주는 상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은 말한다. 중국보다 한 발 앞서 가는 한국인의 삶 자체가 중국인에게는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관광객 몇 명 들어왔다는 양적인 개념에서 탈피해 이젠 질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상하이 와이탄(外灘)에 자리 잡은 클럽 민트(M1NT). 황푸(黃浦)강이 내려다 보이는 이곳은 젊은이들 사이에 ‘물’ 좋기로 유명하다. 지난 6일 오후 널찍한 홀에 200여 명의 젊은이들이 모였다. DJ는 한국과 중국의 음악을 번갈아 틀었고, 일부 젊은이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음악이 잠시 멎는가 싶더니 한 젊은이가 ‘나의 한국 여행 경험’을 발표했다. 서울의 뒷골목·맛집 등을 소개했다. 상하이 둥팡(東方)라디오 아나운서인 그는 ‘한국 여행, 혼자 다니면 더 즐겁다’는 말로 얘기를 끝냈다.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한국 자유관광 붐업(Boom-up)’ 행사로 타깃은 상하이의 젊은 여성 고객이었다. 박정하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은 “과거의 단체여행객 유치에서 이젠 목적별로 개별 관광객을 유치하는 타깃 관광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글=한우덕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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