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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인터넷 증권범죄 막을 장치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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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특히 최근에는 자본시장에서도 트위터·페이스북 등과 같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허위 정보를 빠른 속도로 전파시켜 커다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최근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발생한 사회적 미디어를 활용한 사기 혐의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메신저 등을 통해 특정 기업의 피인수설, 신기술 개발설, 특정 국가 신용등급 하락설 등과 같은 허위 사실을 유포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경우다. 지난 4월 특정 매매거래일의 장 개시 이전에 국내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 명의로 기자들에게 “유명 유가증권 상장사 A가 코스닥 상장사 B를 인수한다”는 메신저가 전달됐다. 이에 인수 대상으로 지목된 B사의 주가는 15% 급등한 상한가로 출발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를 사칭한 것으로 밝혀지고, 그 상장사의 부인 보도가 있자 주가는 곧바로 급락했다.

인터넷을 이용해 저급한 주식을 권유하거나 비정상으로 높은 고수익을 보장한 뒤 신규 투자자의 투자 원금으로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의 폰지 유형의 사례도 있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는 지난 7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며, 수익률은 하루 최고 40%가 보장된다는 고수익투자프로그램(HYIPs)을 일종의 폰지 사기 행위로 간주했다. 그래서 검색엔진광고(Google AdWords)를 이용해 이들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또 다른 유형의 사례로는 인터넷을 통해 소액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기업 경영 참가를 유도한 뒤 특정 시점에 작전을 펼친 사기 행위를 들 수 있다. 지난 3월 투자자 C가 코스닥 상장사 D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한 뒤 취득 목적을 경영 참가로 공시하고 인터넷을 통해 소액주주들과 함께 시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유상감자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는 등의 소액주주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주가가 오르자 다른 소액주주들 몰래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전부 매도함으로써 시세 차익을 챙겼다.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국내외 자본시장에서는 인터넷의 익명성과 신속성을 기반으로 하는 각종 사기적 범죄 행위가 빈발하고 있다. 그 수법 또한 실제 매매에 의한 시세조종 등의 고전적 수법에서 벗어나 허위 사실 유포, 소액주주 경영 참가 유인 등으로 날로 고도화·지능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인터넷을 이용한 자본시장에서의 범죄 행위에 대해 형사 고발, 범죄 행위 금지명령, 거액의 과징금 부과, 검색엔진을 이용한 경고 등의 규제장치를 이미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조속히 트위터 등 사회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사기 등 증권범죄 행위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금융 당국과 검찰 간의 공조체계를 강화해야겠다. 아울러 시장 감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고 벌칙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보강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도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에 현혹되지 말고 가치와 실적에 기초해 투자함으로써 인터넷 사기를 비롯한 각종 증권범죄로부터 귀중한 투자자금을 지켜 내야 할 것이다.

이철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