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도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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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자와 정자(精子)의 공통점은 무엇이냐"는 퀴즈가 한때 인터넷에 나돌았다. 정답은 "둘 다 사람이 될 확률이 희박하다."

예부터 권력자들과 언론은 상극이었다."신문 없는 정부보다 차라리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호언했던 제퍼슨 미 대통령이 실제로는 얼마나 언론을 경멸하고 싫어했는지 그의 행적과 어록이 증명한다.

지금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마찬가지. 그는 "신문 여론면을 읽지 않는다. 방송에서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는 내게는 소음"이라고 바로 얼마전 단언했다. 하긴 그래서 맹방인 캐나다 고위관리들로부터 '얼간이''바보'라는 말까지 듣게 됐는지 모른다.

'가장 유능한 기자는 어디에서나 환영받지 못한다'는 말대로 우리 지식인 사회에서의 기자에 대한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이왕 정자에 비유했으니 이번에는 개(dog)에 비유해 보자. 기자를 '파수견(watch dog)'이나 '사냥견(hunting dog)'에 비유하는 이론이 있다. 권력에 대한 감시·비판 역할을 앞세우는 입장이다. 자유민주 사회의 시민들에게는 가장 필요한 역할일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는 '안내견(guide dog)'형 기자가 많다고 한다. 정책결정자와 자신을 동일시해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자다. 한양대 송태호(宋泰鎬)교수는 가장 바람직하지 못하고 경계해야 할 유형으로 '애완견(lap dog)'을 든다. 권력에 자발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넘어 자기 이익까지 취하는 기자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의 여기자 이시오마 대니얼은 "마호메트가 살아 있었다면 미스월드 대회 참가자 중 한명을 아내로 맞이했을 것"이라고 유머(?)섞인 기사를 썼다가 사흘 전 이슬람 교도들로부터 사형(파트와)선고를 받았다. 이슬람 교도라면 누구나 그녀를 죽일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선고다. 또 미국의 대니얼 펄 기자는 파키스탄에 취재갔다가 지난 2월 이슬람 과격단체에 목이 잘렸다.

노자·공자 철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도올 김용옥씨가 며칠 전 일간지(문화일보) 기자로 새출발했다. 여러모로 신선하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그의 형(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은 기회있을 때마다 "참 재주가 많은 동생이니 잘봐달라"고 말한다고 한다. 뛰어난 파수견 역할을 바란다.

노재현 국제부차장

jaik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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