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혁명 이끄는 내시경 첨단 경쟁]검진서 수술까지… 內視鏡 온몸 누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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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미국 뉴욕주립대는 최근 새로운 방법의 대장암 검사 기기를 개발했다. 항문에 공기를 불어 넣은 뒤 컴퓨터 단층 촬영(CT)을 하면 대장 속을 걸어가며 눈으로 보듯 할 수 있는 기기다. 이른바 입체 가상 대장내시경이다. 이를 통해 대장 안의 암 등을 95% 이상 정확하게 찾아낸다는 것이 개발팀의 설명이다.

진찰을 받는 사람은 반나절 정도의 금식을 하는 것 외에는 내시경이 체내에 삽입되는 일도, 고통도 없다.

올 들어 일본 올림포스사는 3차원 초음파 내시경을 개발해 선보였다. 위암의 경우 일반 내시경으로는 암의 유무는 파악할 수 있지만 그 뿌리가 어느 정도나 위벽을 파고 들었는지는 알기 어려웠다. 그러나 입체초음파 내시경을 사용하면 암 조직이 위벽의 어느 정도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또는 임파선 전이가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암 조직의 확산 정도를 아는 것은 수술 방법이나 생존율 등을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의료 혁명을 몰고 오고 있는 내시경의 첨단화가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인체에 구멍이 있는 곳이라면 못들어가는 곳이 없고, 직접 들여다 보지 않고도 인체 내부를 가상으로 볼 수 있게 발전하고 있다. 또 의사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내시경이 알약 먹듯 하는 캡슐형이나, 인체 내부를 의사의 지시를 받으며 탐험하는 로봇 내시경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외과 수술을 하지 않거나 덜 째고, 덜 아프면서도 진단과 치료 효과를 높이자는 것이다.

연세대 의대 내과 송시영 교수는 "조기 위암 중 크기가 작고 암이 깊지 않은 초기 암의 경우는 개복 수술을 하지 않고도 내시경으로 암 덩어리만 살짝 들어낼 정도로 그 기능과 활용이 다양해졌다" 며 "내시경이 의료기술의 새로운 차원을 열게 하는 중요한 도구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 위암의 경우 지금까지 대부분 개복 수술을 한 뒤 위의 3분2나 또는 위 전체를 잘라냈다.

더욱이 최근에는 내시경으로 치료할 수 없는 조기 위암의 경우 개복 수술을 하던 방법에서 탈피, 복강경이 들어갈 구멍만 만든 후 위암을 치료하는 방법들도 선보이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복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됐던 췌장·담낭 수술도 상당부분 내시경 몫이 됐다. 췌장은 위장의 뒤에 있는 소의 혀 크기만한 길쭉한 장기. 십이지장과 췌장은 담즙과 췌액이 흘러 나오는 아주 가는 구멍으로 연결돼 있다. 이 구멍을 통해 내시경을 집어 넣는다. 입-식도-위-십이지장까지는 지름 11㎜ 정도의 굵은 내시경을 집어 넣은 뒤, 지름 2㎜ 내외의 가는 관을 그 굵은 내시경 옆에 붙은 구멍을 통해 다시 담도 또는 췌장으로 집어 넣는다.

이렇게 집어 넣은 내시경으로 돌을 부수거나, 조직검사를 한다. 약이나 인공 파이프를 삽입하기도 한다. 구불구불하더라도 인체 내부에 구멍이 크든 작든 연결돼 있기만 하면 내시경을 집어넣어 진단·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시경 종류는 복강경·위 내시경·대장내시경·관절경·방광경·기관지경·대장내시경·자궁경·심장경·후두경·신경내시경·혈관경 등 용도에 따라 20가지 가까이 된다. 그 끝에는 대부분 카메라가 붙어 있으며, 부속 장치로 칼·집게·올가미·주사침·바구니 등 수십가지를 필요에 따라 갈아 끼울 수 있다. 올가미의 경우 몸 안의 혹을 떼낼 때 쓰는데,그 혹에 올가미를 씌운 뒤 전기로 잘라 낸다. 바구니는 담석이나 요로 결석을 제거할 때 사용한다.

최근 개발 경쟁이 붙고 있는 것은 작은 창자용 캡슐형 내시경과 소화기 전체를 탐색할 수 있는 캡슐형 로봇내시경. 작은 창자의 길이는 약 10m다. 그러나 그렇게 긴 창자에 내시경을 손으로 밀어 넣으면 환자가 받게 되는 고통은 매우 크며, 안에서 내시경이 꼬여버려 끝까지 검사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개발하고 있는 것이 캡슐형 내시경이다. 이미 이스라엘의 기븐 이메징사에서 M2A라는 캡슐형이 개발돼 상용화에 들어갔으며, 우리나라의 과기부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개발사업단과 일본 RF시스템사에서 기능을 한차원 높인 제품을 올해 말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들 제품은 의사의 지시를 받지 못하고, 입에 넣으면 하루 정도 지나 항문을 통해 나오게 돼 있다.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개발사업단은 이 제품의 개발과 병행해 2010년까지 몸 안에서 의사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며, 세포 체취·혈당 검사·약물 주입·영상 실시간 외부 전송 등 다양한 기능을 하는 캡슐형 로봇 내시경도 개발 중이다. 지난해에는 로봇 대장내시경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 사업단 박종오 박사는 "내시경은 의료기기 중 고부가가치 제품이며 전세계 시장이 연간 약 50억달러(약 6조원)에 이르는 차세대 유망산업"이라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b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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