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샤크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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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를 지킬 것인가, '애국심'을 보일 것인가.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콤비인 코비 브라이언트와 섀킬 오닐(이상 LA 레이커스)이 고민에 빠졌다. 미국 AP통신은 26일(한국시간)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할 미국농구대표팀 감독으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래리 브라운(62)감독이 낙점됐다고 보도했다.

1964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코치로 활약했던 브라운 감독은 필 잭슨(레이커스)·팻 라일리(마이애미 히트)·제리 슬론(유타 재즈)감독 등과 경합했었다.

이 과정에서 잭슨 감독과 함께 레이커스의 NBA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한 브라이언트-오닐 콤비는 잭슨 감독을 지지했다. 특히 '공룡 센터' 오닐은 "오직 잭슨 감독 밑에서 올림픽 대표선수로 뛸 것"이라는 선언까지 했었다. 공언대로라면 브라이언트와 오닐은 잭슨 감독에 대한 '의리'를 지켜 대표팀 합류를 거절해야 한다. 하지만 브라운 감독은 물론 미국 농구계가 그들에게 '애국심'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월 세계농구선수권대회에서 6위라는 치욕을 당한 미국으로선 최고의 선수들을 다 모아 농구 종가의 명예를 회복해야 할 처지다.

현재 트레이시 맥그래디(올랜도 매직)·팀 덩컨(샌안토니오 스퍼스)·제이슨 키드(뉴저지 네츠)·레이 앨런(밀워키 벅스) 등 세계선수권대회에 불참했던 스타들이 속속 대표팀 합류 의사를 밝히고 있다. 브라운 감독은 "다른 국가들의 농구 수준이 향상돼 우리도 최고의 선수들이 필요하다"며 브라이언트와 오닐의 합류를 독려하고 있다. 그는 또 "두 선수는 NBA 최고의 기량뿐 아니라 최고 농구선수 기질을 갖췄다"고 치켜세웠다.

브라이언트와 오닐은 대표팀 최종 명단이 발표될 다음해 2월까지 '의리'와 '애국심'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문병주 기자 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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