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40년동안 112회 … '헌혈 정년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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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헌혈할 수 없다니 서운하네요."

지난 14일 대구시 중구 '중앙헌혈의 집'에서 전태웅(全泰雄.65.사진.경북 경산시 진량읍)씨는 112번째로 헌혈한 뒤 간호사가 건네는 꽃다발을 받았다. '헌혈 정년식'이었다.

이 자리엔 100회 이상의 헌혈자 모임인 '모두 사랑 헌혈봉사회' 회원 10여명과 대한적십자사 서용희 대구경북혈액원장이 함께 했다.

헌혈 정년식은 이 혈액원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혈액관리법상 헌혈할 수 있는 연령은 만65세. 전씨는 15일이 생일이어서 이날 마지막 헌혈을 했다. 함경남도 단천이 고향인 전씨는 고등학생이던 1957년부터 헌혈을 시작했다. 당시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매혈(賣血)'이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피를 뽑아 번 돈으로 학비를 대야 했습니다. 한번에 350㏄쯤 뽑아 요즘 돈으로 2만원쯤 받았습니다.

그때는 의술이 발달되지 않아 1년에 두세번 피를 뽑는 게 전부였어요." 이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그는 헌혈 대열에 동참했다.

그는 81년부터 헌혈 기록이 전산 처리된 것을 감안하면 자신의 헌혈 횟수는 실제로는 230회쯤 될 것이라고 했다.

전씨는 이날까지 보름에 한번 꼴로 혈소판.혈장 등을 분리해 헌혈하는 성분헌혈을 했는데 한번에 500㏄를 뽑았다.

그는 헌혈하면 몸으로 남을 돕는다는 만족감이 든다고 한다. 또 헌혈 때마다 무료로 건강검진을 겸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것. 그래서 지금껏 감기.몸살 등 잔병 한번 앓은 적이 없다며 헌혈을 권유했다.

"얼마 전 천주교 한마음한몸 운동본부에 장기기증을 서약 했습니다. 앞으로 헌혈은 가두 캠페인 등 홍보로 동참할 생각입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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