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무기 공급망 파괴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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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 국가로 지목한 북한·이라크·이란과 테러조직 알 카에다에 대한 무기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미군 특수부대에 광범위한 무력사용 권한을 부여했다고 영국의 선데이 텔레그래프와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이 24일 보도했다.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부대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됨에 따라 미군의 활동 범위가 대폭 넓어지게 됐으며, 이에 따라 무력사용의 정당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이들 신문은 내다봤다.

◇비밀 행정명령=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서명한 비밀 행정명령에 따르면 미군 특수부대는 '악의 축' 국가나 알 카에다에 대량살상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 제조용 부품을 제공하는 '공급선(supply lines)'에 대해 전투를 벌이거나 필요시 제거할 수 있다.

선데이 텔레그래프는 "특수부대 작전은 악의 축 국가들과 알 카에다를 포함한 테러조직으로 들어가는 화물에 집중될 것"이라며 "생화학무기나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무기 및 과학장비들이 주요 표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신문은 "지난달 북한이 비밀 핵 개발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한 직후 부시 대통령이 이 같은 비밀 행정명령에 서명한 사실을 미 국방부가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예멘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이 무인전술항공기, '프레더터'에서 발사된 미사일로 알 카에다 고위 간부 등 6명을 표적 살해한 것도 이번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국제법적 논란=월 스트리트 저널은 "(비밀 행정명령은)보다 광범위한 특수작전 수행을 희망해 온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들에게는 일종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특수부대의 작전 범위를 넓히기 위해 미군 특수부대를 지휘하는 통합특수전사령부(SOCOM)의 예산(기존 50억달러)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는 지난 12일 AP통신의 보도도 이번 행정명령과 무관하지 않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하지만 미군이 비(非)교전 지역에서 무기 공급선 파괴를 명분으로 비밀 군사작전을 펼칠 경우 해당 국가와의 외교적 마찰과 국제법적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이들 신문은 지적했다. 유엔 헌장은 전쟁 중이 아닌 타국의 내정에 개입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예멘에서 발생한 알 카에다 고위 간부 표적 살해 때도 국제법 위반 논란이 제기됐었다.

◇미군 특수부대=미군 특수부대는 육군의 레인저(경보병 특공부대)와 그린베레, 해군의 네이비 실, 공군 특수전부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미 플로리다에 있는 통합특수전 사령부에 예속돼 있다. 병력 규모는 예비군을 포함해 총 4만5천명선이다. 한편 노스캐롤라이나 포트 브랙에 위치한 연합특전사(JSOC)는 대테러 부대인 델타포스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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