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약품 최저실거래價 철회 요구 통상마찰 새 쟁점 돌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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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이 우리 정부의 의약품 최저 실거래가 제도를 철회해줄 것을 요구해 이를 놓고 양국 간의 통상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또 자동차 교역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현행 특별소비세 세율 체계를 조속히 단순화하고 통신분야의 실질적인 민영화가 이뤄지도록 정부의 간섭을 배제할 것을 요구해 내년 새 정부 출범 이후 주요 통상 현안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은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이틀 간의 일정으로 올해 마지막인 제4차 한·미 통상 현안 점검회의를 열고 자동차·철강·반도체·의약품 등 양국 통상 현안을 협의했다.

미국 측은 첫날 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해 실시 중인 의약품 최저 실거래가 제도가 수입 의약품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 9월부터 일년간 한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최저 실거래가 제도는 의약품의 실제 거래된 가격을 조사해 그 중에서 가장 낮게 거래된 가격을 보험 약값으로 정하는 것이다. 일부 병·의원에서 실제 거래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보험 약값을 청구하는 것을 막아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미국은 그러나 "이 조치가 국내 의약품보다 약값이 비싼 미국산 등 수입 의약품의 사용을 억제할 것"이라며 이를 재검토해달라는 입장이다.

미국은 또 수입 자동차의 관세율(8%)을 미국 수준(2.5%)으로 낮춰주고 현행 3단계로 돼 있는 특소세 세율도 2단계로 단순하게 해 달라는 기존 주장과 함께 화물형 승용차인 다코타 승용차의 특소세 부과를 면제해줄 것도 요청했다.

또 지적재산권의 지속적인 보호활동, 미백화장품 등 기능성 화장품의 인증제도 개선 등과 함께 한국통신 등 통신 분야의 민영화 과정에서도 정부의 간섭이 배제되는 실질적인 민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우리 측은 이에 대해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내년 초 관련 법률을 개정해 정보통신부 산하의 소프트웨어 상설 단속반에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한편 다코타 승용차에 대해 특소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통보했다.

우리 측은 또 미국이 한국산 반도체에 대해 상계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를 실시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예외품목을 확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홍병기 기자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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