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수능' SAT … 국내서 족집게 강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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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 6월 미국 시애틀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조모(18)군은 미국 학습능력적성시험 (SAT) 성적이 나빠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요즘 서울 강남의 A어학원에서 수강하고 있다. 부산에 거주하는 부모와 6년째 떨어져 미국에서 살아온 조군은 요즘 미국 명문 대학 진학의 꿈을 강남의 어학원에서 키우고 있다. 국내에서 미국 대학 입학을 위한 '족집게' 강의가 성행하면서 해외 유학생들 사이에 역유학(逆留學) 열풍이 불고 있다.

방학이 되면 조기 유학생들이 SAT 강의를 듣기 위해 서울로 돌아오는가 하면 국내 외국인학교 학생들도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원을 찾고 있다.

이 때문에 K, E, S학원 등 강남의 유명 어학원은 영어로 강의하는 '조기 유학생 전담반'을 별도로 편성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월 50만∼60만원 정도로 비싸지만 개강 2개월 전 접수가 마감될 정도다. SAT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원은 강남에만 20여곳에 달하고 지방에서도 10여곳에서 강의하고 있다.

K어학원 최원주(32·여)교무팀장은 "방학이면 학기 중의 10배 가량인 3백여명의 조기유학생이 SAT 강의를 들으러 온다"고 귀띔했다.

미국의 SAT 학원은 1주일에 한번 강사가 강의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과제는 학생 스스로 풀게 한다. 반면 한국의 SAT 학원은 주입식 문제풀이와 암기 위주의 실전문제로 높은 적중률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시간이 없으면 보기의 모든 예시를 대입해 보라'거나 '정답을 찾기 전에 틀린 답을 지워나가라'라는 등의 기법을 가르쳐주며, 날마다 모의고사를 실시해 수험생들이 다른 일에 관심을 둘 틈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인지 한국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최근 SAT 시험에서 만점에 가까운 높은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미 브라운대에 재학 중인 이동원(21)씨는 "방학 때 3개월간 한국에서 학원 수업을 듣고 SAT 점수가 1백점이나 올랐다"며 "암기 위주의 수업 방식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어학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SAT 강의가 폭발적 인기를 끌다보니 요즘 국내에 들어온 강사 대부분이 미국 명문대를 졸업한 실력있는 강사들"이라며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국어와 영어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해용 기자

hysohn@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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