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거래소·코스닥·선물 내주 통합… 증시, 덩칫값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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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증권시장(한국증권선물거래소)이 우여곡절 끝에 28일 출범한다.

증권거래소.코스닥시장.선물거래소를 하나로 묶어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2001년 설립 필요성이 제기된 이래 4년여 만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부산 선물거래소를 1999년 만든 뒤 통합 논의가 계속돼 왔으며, 최근엔 통합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부는 17일 통합 마무리 작업으로 통합거래소의 5개 사업본부장을 선임했다. ▶시장감시위원장에 이영호 전 금감원 부원장보▶경영지원본부장에 이정환 국무조정실 정책상황실장▶유가증권시장본부장에 옥치장 전 증권거래소 경영고문▶코스닥시장본부장에 곽성신 한국벤처캐피털협회 회장▶선물시장본부장에 우영호 전 증권연구원 연구위원 등이다.

통합거래소가 문을 열면 수요자들이 다양한 상품을 접하게 되고 수수료 인하 등의 혜택도 볼 전망이다. 현.선물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통합거래소의 성패 여부는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물리적보다는 화학적 결합을 이뤄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껍데기만 합친 데 안주한 나머지 투자자와 회원에 대한 서비스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통합 효과는=그동안 거래소마다 따로따로 움직이던 각종 주식시장 제도가 단계적으로 통합된다. 이렇게 되면 결제 상장 조건 등이 이전보다 훨씬 단순화돼 기업의 상장 등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를 합치면 새로운 지수와 다양한 상품이 나올 수 있다. 이와 함께 거래소 통합에 따라 전산망을 비롯한 중복 투자를 줄일 수 있어 비용 절감을 통한 각종 수수료 인하 등의 혜택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

◆여전히 먼 길=그러나 통합법인이 덩치만 커질 뿐 준비 부족으로 자칫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통합이라는 큰 명문과 일정에 쫓겨 구체적인 운용 계획 등은 모두 출범 뒤로 미뤄놨기 때문이다. 당장 업무 통합에 따라 불가피한 잉여 인력 처리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합병추진본부 관계자는 "각 거래소 간 전산망을 연결하는 작업은 2~3년 걸리기 때문에 통합 직후 거래 수수료 인하 등은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보다 구체적으로 통합 목적을 제시하고 청사진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통합거래소가 '아시아 금융 허브'를 노린다면 ▶외국회사 상장 유치 등을 위한 영어 구사 인력 확충▶영어 공시 활성화 등 국제 인프라부터 조속히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의 통합거래소처럼 경영 마인드를 가진 민간 전문가보다는 관료출신자들이 대거 윗자리를 차지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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