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사람의 값을 매겼다가 혼쭐난 게 자동차 회사 포드다. 이른바 ‘핀토(Pinto) 메모’ 스캔들이다. 70년대 미국에서 제일 잘 나가던 소형차가 핀토였다. 다만 차체의 구조적 문제로 후면 추돌 사고 시 연료탱크가 쉽게 폭발하는 결함이 있었다. 그로 인한 사망자가 수백 명, 화상자는 그 이상이란 보도가 이어졌다. 81년 일부 피해자 가족들이 소송을 제기했는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게 바로 포드 측의 비용편익분석 문건이었다.
포드는 연료탱크 폭발로 사망자가 180명, 화상자도 180명쯤 나온다고 추산한 뒤 각각 한 사람당 20만 달러, 6만7000달러면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다 차량 피해까지 합할 경우 사고 수습에 들어갈 돈은 총 4950만 달러. 반면 출고되는 차 전체에 안전장치를 다는 비용은 1억3750만 달러로 집계했다. 따라서 사고 방지 비용이 이익보다 크다는 결론 아래 수수방관했다는 것이다. 폭발 위험을 미리 알았던 점, 그런데도 사람 값을 차 고치는 비용보다 싸게 보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때문에 포드는 극심한 비난에 시달렸다. 결국 엄청난 배상금을 물고 차량 구조를 전면 개선했지만 인명(人命)을 경시했단 오명은 두고두고 남았다.
느닷없는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폭발로 인명 피해의 위험성이 드러났다. 뒤늦게 안전 조치를 강화하겠다지만 섭섭하고 분한 마음이 쉬이 풀릴 것 같지 않다. ‘달리는 폭탄’이 될 수 있음을 알고도 방치했던 정부나, 더 비싼 가스통과 보호막 장착을 기피했던 업체들이나 다들 사람 목숨을 너무 헐값으로 여겼던 건 아닌가.
신예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