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최우선이다] 2. "맞춤형 인력 양성" 대학도 달라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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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유연성을 높이려면 대학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산업 현장의 수요와 동떨어진 인력을 양산하는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자동차부품 업체인 H사(경기도 안성)는 올해 14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예정이었으나 응시자 110명 중 10명만 뽑았다. 이 회사 양모 과장은 "학력은 충분했지만 전문성이 모자라 채용을 줄였다"며 "대학이 기업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원종광(28)씨는 7년 만인 올 2월 졸업하지만 직장을 잡지 못한 상태다. 원씨는 "입사원서를 열 군데 이상 냈지만 낙방했다"며 "대학에서 배운 교육이 취업에 별 도움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학교육 이수율은 세계 5위. 반면 대학교육이 경제.사회의 요구에 부합하는 정도는 조사대상 60개국 중 59위였다.

매년 358개 대학에서 50만명의 고급인력이 배출되지만 고급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도 신규 졸업자를 외면한다. 지난해 30대 기업집단이 신규채용한 인원 중 79%가 경력자다.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소장은 "학교와 노동시장의 괴리를 좁히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맞춤교육이 대안으로 꼽힌다. 경북대 공대는 지난해 '만도트랙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자동차부품업체 만도가 요구하는 과목과 현장실습을 이수한 학생을 우선채용하는 조건이다. 아주대는 LG전자에서 6개월 간 실습한 학생에게 취업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대구과학대 측지정보과도 맞춤교육 덕에 취업 걱정이 없다.

이 대학 김석종 교수는 "측량회사들의 요구에 맞춰 교과과정을 자주 개편한다"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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